슈터: 총이라는 매혹
우리는 왜 비디오게임에서 총을 다루는 일에 그토록 끌리는가, 그리고 그 사회적 영향에 대해 과학은 뭐라고 말하는가. 게이머들의 이 페티시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우리는 「바이오하자드 RE:4」를 하고 있다. 패드는 내 손에 있고, 방금 주운 섬광 수류탄이 들어가게 인벤토리를 대체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고민하던 참에, 옆에 있던 동생이 툭 던진다. “W-870 산탄총 진짜 좋다, 저런 거 하나 있으면 좋겠다, 그치?” 나는 동생을 빤히 쳐다보며 생각한다. 첫째, 얘는 산탄총 이름을 대체 왜 외우고 있는 거지. 물론 화면에 떡하니 쓰여 있긴 하지만, 원작에서는 이렇게 요상한 이름들이 아니었다. 둘째, 얘는 진짜로 저런 총을 손에 쥐어보고 싶은 건가? 뭐 하려고? 그리고 또, 그 ‘갖고 싶다’는 마음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내 생각에 총기에 대한 페티시는 게이머라면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감정이다. 갈수록 사실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각종 권총, 기관단총, 산탄총, 군용 소총에 끊임없이 노출되다 보니, 우리는 이 물건들에 어느 정도 친숙함을, 아니 애정이라고까지 할 만한 걸 품게 됐다. 나 역시 이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서부극풍 레버액션 소총에 홀딱 빠진 나머지, 한두 번이 아니라 똑같은 생각을 하곤 했다. “야, 장난감 진짜 예쁘다… 실제로 하나 쥐어보면 어떤 느낌일까.”
내 생각에 총기에 대한 페티시는 게이머라면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감정이다.
폭력적인 게임이 폭력을 부추긴다는, 이제는 닳고 닳은 낙인을 재확인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건 이런 문제를 어디까지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걱정할 만한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특히 당신에게도 이런 물건에 늘 집착하는 동생이나 조카나 친구가 있다면, 아니면 그냥 금요일 밤마다 Escape from Tarkov에서 사람 죽이는 시뮬레이션을 하며 보내는 게 왜 그렇게 좋은지 여자친구한테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좀 더 그럴듯한 논리를 갖추고 싶다면 말이다.
과학은 뭐라고 하나?
2016년,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소속 심리학자들(이름이 뻔할수록 더 중요하고 권위 있는 법이다, 언제나)이 ‘General Learning Model’이라는 연구 방법을 사용해 한 실험을 진행했다(이름이 뻔할수록… 뭐, 무슨 말인지 알 거다). 이 분석 모델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사람의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판단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설명한다. 이번 경우에는 1인칭 슈팅 게임이 총기 사용에 대한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였다. 덤으로, 그 총을 직접 만져보고 싶은 욕구까지.
애리조나 대학교와 코네티컷 대학교의 심리학자 매슈 라피에르와 크리스티 패러는 미국의 대형 대학 두 곳, 북서부에 하나, 남동부에 하나(어딘지는 밝히지 않았다)에서 총 779명의 대학생을 조사했다. 연구는 이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항목에 대한 학생들의 답변과 의견을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면 폭력적인 게임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총기 소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제 총기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지, 어느 정당에 가깝다고 느끼는지 등이다.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연구진은 플레이어가 1인칭 슈팅이나 비슷한 장르의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총기에 대한 친숙함도 어쩔 수 없이 커지고, 그 결과(여기가 흥미로운 부분인데) 민간인의 총기 사용을 규제하는 국가 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걸 발견했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가 이 가상의 물건과 더 가까워지고 더 잘 알게 될수록 그것이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나 경계심이 줄어들고, 그래서 사용 제한을 원할 가능성도 낮아진다는 거다. 말 되지 않나?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분당 3,000회전하는 잔디깎이 칼날이나, 평범한 자동차 한 대가 품은 1,500킬로그램짜리 움직이는 파괴력을 무서워한다. 물론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조심해서 쓰기 시작하기 전까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우리는 총기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갖기 전에 현실에서 총 다루는 법을 제대로 배우는 일이 결코 없다는 점이다.

이 연구의 두 번째 결론은 통계적으로는 덜 중요할지 몰라도 그만큼 흥미롭다. 총 모양을 흉내 낸 게임 컨트롤러(예를 들어 PS3와 Wii 시절의 무브 컨트롤러, 아니면 타임 크라이시스 같은 옛날 오락실 기계도 떠올려볼 수 있겠다)를 써본 학생들은 ‘총기 규제에 대한 불신’ 요인이 커졌을 뿐 아니라, 총기가 공공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거나 바람직하다고 믿는 경향까지 보였다. 즉, 게임이 던져주는 온갖 문제와 상황을 총으로 해결하는 데 익숙해지다 보면, 실제 총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해안경비대 글록이나 NES 재퍼나 대충 비슷하게 작동하잖아, 안 그래?) 일상적인 시민 보호 수단으로서 총에 ‘OK 사인’을 내주고 그 쓸모를 인정하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이 연구가 탄탄하긴 해도, 결과가 경고하듯 게임은 사람들이 총기와 관련해 받을 수 있는 거대한 영향의 그물 속에서 모래알 하나에 불과하다. 이 부분에서 판을 더 크게 흔드는 건 아마 할리우드 영화일 것이다(특히 80~90년대 액션 영화 황금기를 겪은 사람이라면). 그래도 우리는 톰 크루즈가 사람 죽이는 걸 구경하는 것보다 게임에서 직접 죽이는 시늉을 하는 쪽을 더 좋아하니까, 이런 질문은 던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 생각은 어떤가? 디아고날 노르테의 지하철 D선 입구를 지키는 헌병에게 공공의 안전을 명목으로 권총이 정말 필요하다고 보나? 왜 그렇게 믿는지 생각해 본 적은 있나? 답이 예든 아니오든, 이 글 댓글에서 기다리겠다.
우리의 킬 카운트는 누구 좋으라고 쌓이나?
총이 왜 그렇게 생겼고 우리는 왜 그렇게 총을 좋아하는지 계속 머리를 싸맬 이유는 그 밖에도 많다. 골든아이 007(1997) 시절부터 게임은 가상의 총에 실제 모델과 이름을 써왔고, 심지어 총기 회사가 게임 속 자사 모델 사용에 대해 라이선스 비용을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대표적인 게 배럿 파이어암스 매뉴팩처링이다. 이 회사는 2013년 유로게이머와의 전설적인 인터뷰에서, 이게 어느 정도는 자사 총기를 홍보해 미국 땅에서 무기 판매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은 사람들이 총기와 관련해 받을 수 있는 거대한 영향의 그물 속에서 모래알 하나에 불과하다.
짐작하겠지만 그 발언은 제대로 스캔들이 됐고, 게임 속 실제 총기의 영향을 두고 편집증에 빠질 핑곗거리를 찾던 신경과민 인간들(나 포함)에게 구체적이고 진짜배기인 명분을 안겨줬다. 그 기사가 나간 뒤로 배럿 파이어암스 대변인은 게임 관련 매체 어디에도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여기에 미국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게임 속 실제 총기의 영향을 지목하는 수많은 소송까지 더해지면서, 요즘 Call of Duty나 Battlefield 같은 게임 개발자들은 이런 물건의 라이선스 비용을 내지 않으려고 점점 더 애를 쓰고, 총기 디자인과 이름을 계속 바꾸려 한다.
그런데 이 법적인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은 2011년에 벌어진다. 캘리포니아주가 폭력적인 콘텐츠가 담긴 게임을 18세 미만에게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밀어붙이려 했을 때다. 다소 뜻밖의 판결로 연방대법원은 Entertainment Merchants Association과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어소시에이션 어소시에이셔언) 손을 들어줬고, 게임을 영화나 연극처럼 "예술적 표현"으로 인정하면서 무려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게 만들었다. 덕분에 게임은 실존하는 물건이나 인물을 묘사할 때 "표현의 자유"라는 법적 우산을 얻게 됐다.
그럼에도 일렉트로닉 아츠나 액티비전 같은 회사의 개발자들은 최근 게임에서 거의 모든 전쟁 무기의 실제 외형과 명칭을 계속 바꾸고 있다. (내 생각엔) 이건 글록이나 바로 그 배럿 같은 회사를 공짜로 광고해 줄 때 따라올 게 뻔한 악평을 피하고, 게임 속 실제 총기 사용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지 않으려는 쪽에 가깝다. 개발자들도 그런 논란에 엮이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그들이 하는 일은 사업보다는 놀이에, 투기보다는 창작에 가까우니까.
근데 이봐, 여긴 아르헨티나라고
근데 이봐, 여긴 아르헨티나라고. 솔직히 양키들이 자기네 전쟁 물건 때문에 겪는 법적, 사회적 골칫거리는, 적어도 규모로 비교하자면 우리한텐 꽤 먼 얘기다. 우리나라엔 동네마다 총포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르헨티나에서 만든 지식재산이나 문화·선전용 콘텐츠 같은 데에, 말이 나온 김에 하는 얘기지만, 돈을 쏟아부을 생각이 있는 무기 재벌도 없다.
하지만! 그래, 어쩌면 좀 더 무해하지만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있는 대응물로, 우리에겐 여름마다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점점 세를 불려가는 토종 현상이 하나 있다. 감히 이 주제와 거의 직결시켜 보려 한다. 바로 같은 이름의 장난감 총으로 벌이는 이른바 ‘하이드로겔 전쟁’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에 산다면 이미 잘 알겠지만, 혹시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하이드로겔 장난감 총은 물총이랑 비슷한데 맞으면 물에 녹아버리는, 그럭저럭 무해한 젤로 만든 알갱이를 쏘는 총이다. 판은 이렇게 돌아간다. 길 한복판에서 대놓고 교전을 벌이고, 집과 인도를 엄폐물 삼아 이웃끼리 팀 데스매치 비슷한 걸 하는 거다. 남자애들은 신나서 난리고, 여자애들은 집안의 짜증 나는 사촌 꼬맹이를 총알 세례로 박살 내며 화풀이하고, 외로운 삼촌들은 친구들과 페인트볼을 해보겠다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룬다. 그것도 이번엔 더 싸게, 리아추엘로 강물 색 멍 자국을 온몸에 두르지 않고서.
당연히 일부 언론은 곧바로 이 가짜 총을 Free Fire나 Fortnite 같은 무료 게임의 영향과 엮었는데, 말해두자면, 그 닮은 꼴에는 진짜로 이유가 있다. 총기 폭력을 이야기할 때 게임이 유일한 참고 대상이 아닌 건 맞지만, 지금의 문화 산업에서 이른바 "총을 드는" 욕구를, 그것도 이렇게 조직적이고 군대식으로 부추길 만한 다른 영향을 떠올리기는 좀 어렵다. 존 맥클레인이나 사라 코너를 모를 수도 있는 젊은 세대에게, 이웃들과 작은 베트남전을 재현해 보자는 발상이 어디서 왔는지는 뻔해 보인다. 요즘 슈팅 게임의 영향은 피해 갈 게 아니라 오히려 분명히 짚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악마화를 걷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전, 조준...
논쟁은 이미 끝난 지 오래다. 폭력적인 콘텐츠가 담긴 게임은 폭력을 조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상의 돌격소총에 정이 들고 그 물건에 어느 정도 욕망을 품는 것도 딱히 나쁠 건 없어 보인다. 맙소사, 내가 그걸 모를까. 아직도 기억난다. Battlefield 1의 ‘무도회장’ 맵에서 연막 뒤에 납작 엎드린 채, 루이스 기관총 하나로 한 판 내내 상대편 플레이어를 50명쯤 쓸어버렸던 그때. 철컥-철컥-철컥! 탕-(X)-탕-(X)-탕(X), X 쾅!, 사망. +1 킬. 아, 아름답다, 전쟁의 참상이여. 탄창 드럼은 멈출 줄 모르고 돌아갔다.
나는 바로 Call of Duty나 Battlefield 같은 게임을 통해서 우리가 전쟁이 얼마나 끔찍하고 부당한지 이해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로 콜 오브 듀티나 배틀필드 같은 게임을 통해서야말로 우리는 전쟁이 얼마나 끔찍하고 부당한지 깨닫게 된다고 생각한다. 비디오게임으로 군인을 모집하려는 시도가 실제로 있긴 하지만(이번에도 미국 얘기인데, 미군은 아예 그 목적으로 자체 EA Sport 팀까지 꾸렸다), 우리 동네 1인칭 슈팅 게임 유저가 진짜 전장에 발을 들이고 싶어 할 것 같지는 않다. 가상 시뮬레이션만으로도 이론적 호기심은 충분히 채워진다. 그것이 우리에게 아곤적인 것, 즉 규칙에 따라 조직된 전투를 내어주니까. 그리고 실전적 호기심은 페인트볼이나 수정탄 서바이벌 같은 몸으로 하는 시뮬레이션으로 채운다. 이제 남은 건 정치적 호기심뿐이다. 이론과 실천을 어떤 집단적 이상의 이름으로 내거는 것, 그러니까… 아니, 잠깐, 설교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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