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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 100년: 역사와 미래

선구적인 작품 El Apóstol부터 La Huella del Oro 같은 세계적 이정표까지,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이 한 세기를 맞았다. 문화적 소프트파워를 위한 도구다.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 100년: 역사와 미래

La Huella del Oro가 Adult Swim과 HBO Max에서 공개된 것은 아르헨티나 업계에 역사적인 이정표였다. 엄밀히 말해 아이들만을 위한 작품이 아닌 애니메이션 가운데, 100% 아르헨티나산 IP(Intellectual Property)를 바탕으로 글로벌 플랫폼을 위해 직접 개발된 최초의 작품이 된 것이다. 다니엘 두체가 자신의 스튜디오 Puño Robot에서 기획하고 연출한 이 미니시리즈는 편당 약 6분짜리 5부작(총 러닝타임 30분 남짓)으로, 35명이 넘는 전문 인력이 워너 측 조직과 어깨를 맞대고 함께 만들어냈다.

La Huella del Oro는 파프너라는 떠돌이 용병을 따라간다. 그는 적대적인 세계를 떠돌며 분명한 목표 하나를 좇는다. 저마다 고유한 문양이 새겨진 수수께끼의 금화들을 모으는 것. 『니푸르 데 라가시』나 『알바르 마요르』 같은 아르헨티나 고전 만화 속 전설적인 방랑자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이야기는, 여러 땅을 넘나들며 다크 판타지와 액션, 탐욕을 엮어낸다. 각 에피소드는 권력과 도덕, 그리고 현대 세계의 피상성에 대한 알레고리이자 비판으로 기능한다.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창작자들이 개발 단계라는 벽을 넘어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뜻을 모으고, 공동제작과 투자 모델을 찾아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키워가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작품이 Bellolandia 스튜디오의 미니시리즈 프로젝트 Electroandes다. 나초 말테르, 다미안 페르난데스 고메스, 마르틴 힐(로호)이 이끄는 이 작품은 안데스 북부에서 주제와 미학 모두 강한 영감을 받은 야심 찬 사이버펑크 액션 드라마로, 이미 20분 분량의 1화를 완성했고 2화는 애니마틱 단계에 있다.

조회수 50만 회를 넘긴 Electroandes 1화는 여기서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기 위해, 글 후반부에서 다니엘 두체와 나초 말테르를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제안과 개발 전략을 지니고 있지만,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 스크린을 정복할 기술력과 서사적 정체성, 국제적 수준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겠다는 목표만큼은 같다. 하지만 현재를 이해하려면, 부분적이고 불완전하게나마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백 년의 뿌리를 둔 새로운 이정표

La Huella del Oro의 Adult Swim / HBO Max 상륙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깊고 선구적인 전통이 가장 최근에 내디딘 한 걸음이다. 아르헨티나는 물론 세계 애니메이션 영화사의 초석은 1917년, 이탈리아계 아르헨티나 풍자만화가 키리노 크리스티아니의 작품 El Apóstol에서 찾을 수 있다. 이폴리토 이리고옌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을 오려내 관절을 단 인형들로 구현한 이 영화는, 역사가들 사이에서 영화사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널리 인정받는다. 할리우드의 첫 고전 장편들, 이를테면 백설공주보다 20년이나 앞선 셈이다.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 스크린을 정복할 기술력과 서사적 정체성, 국제적 수준을 갖추고 있다

시간이 흘러 제2차 세계대전 중, 월트 디즈니의 아르헨티나 방문은 단테 킨테르노가 자신의 만화 캐릭터 세계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1942년, 디즈니와 연이 있던 미국 애니메이터들의 협력으로 Upa en apuros가 탄생했다. 파토루수와 그의 동생 우파가 주인공인 이 단편은 아르헨티나는 물론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컬러 애니메이션이었다.

수십 년 뒤,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은 마누엘 가르시아 페레의 손에서 진정한 황금기를 맞으며 대중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스페인 태생으로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이 만화가는 여러 세대에 걸쳐 흔적을 남긴 캐릭터 세계를 구축했고, 잡지 『안테오히토』의 지면에서 텔레비전으로 자연스럽게 무대를 넓혔다. 1967년 첫 방송된 전설적인 Hijitus는 아르헨티나 최초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꼽힌다. 이후 Mil intentos y un invento, Petete 이 Trapito, Ico, el caballito valiente 같은 기억에 남을 장편들이 이어졌다. 한 세기가 넘는 이 풍부한 유산은 스튜디오와 학교, 그리고 그래픽 전통을 다지는 데 기여했고,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현대 창작자들의 기술력과 서사력에 자양분이 되고 있다.

90년대: Manuelita에서 사이버식스까지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장편 애니메이션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제작사들의 등장에 힘입어 다시 활기를 띠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Patagonik Film Group은 Manuelita(1999), Cóndor Crux, la leyenda(2000), Patoruzito(2004), 그리고 이후의 Patoruzito 2(2006) 같은 작품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모두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의 흥행 대박작들이다. 한편 90년대 말에는 국제적으로 특히 의미 있는 선례가 만들어졌다. 카를로스 트리요와 카를로스 메글리아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사이버식스다. 1999년 첫 방송된 사이버식스는 일본의 텔레콤 애니메이션 필름과 캐나다의 NOA(Network of Animation)가 공동 제작한 시리즈로,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작품을 처음으로 대규모 국제 TV 유통망에 올려놓았다.

아르헨티나 지식재산(업계 은어로 흔히 IP라 부르는 것)으로서 전 세계 프라임타임을 노릴 잠재력을 지닌 작품이었지만, Fox Kids를 통한 미국 TV 진출은 변두리 시간대(토요일 아침) 편성과 13화 만의 갑작스러운 종영으로 빛이 바랬다. 논란은 금세 터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FOX 방송사가 제임스 카메론이 만들고 제시카 알바가 주연을 맡은 SF 대작 다크 엔젤을 황금 시간대에 내보낸 것이다. 군 연구소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해 도망친 여성, 몸에 새겨진 바코드 문신, 가죽옷 차림으로 대도시 고층을 누비고 기자와 손을 잡는 설정까지. 트리요와 메글리아의 작품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두 아르헨티나 작가는 표절 소송을 시도했다. 하지만 소송은 흐지부지됐다. 폭스 같은 할리우드 공룡을 상대로 LA 법정에서 싸우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인 자금이 두 사람에게는 없었다. 수십 년간 현지 관객은 접하기조차 힘든 컬트작으로 남아 있던 애니메이션 사이버식스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정식으로 다시 유통되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곳에서 볼 수 있다.

인터넷과 DIY 애니메이션

새천년으로의 전환은 또 하나의 결정적인 표현 통로를 열었다. 매크로미디어 플래시로 가능해진 벡터 애니메이션과 인터넷 배포 같은 기술 혁신이 이끈 독립·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시대다. 후안 안틴과 아야르 B의 Mercano, el marciano(2002)부터 El Mono Mario, Alejo y Valentina 같은 웹 애니메이션의 선구적 현상에 이르기까지,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은 관객과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꼭 거대한 예산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인터넷, 그리고 이후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이 자급자족 전통은 새로운 유통 경로를 찾았고, 트루키니의 상징적인 Tres Acordes나 생활 밀착형 유머의 El Gato Moncholo처럼 세대적·반문화적 색채가 강한 작가주의 작품들을 낳았다. 더 자유롭고 격식 없는 이 생태계는 자원의 부족과 산업 구조의 부재가 족쇄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대안적인 미학과 작업 방식을 낳는 영감이 될 수도 있음을 증명했다.

3D 기술의 대중화, INCAA의 역할, 그리고 어린이 콘텐츠의 거인들

2010년대에 들어 아르헨티나 영상 산업은 컴퓨터 3D 애니메이션(CGI)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며, 이 매체의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을 현지 정체성을 지닌 이야기와 캐릭터에 담아내려 했다. 이 과정에서 두드러진 작품이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의 Metegol(2013)다. 제작비 2천만 달러가 넘는, 당시까지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대 규모의 작품 중 하나였다. 그 전후로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기법과 가능성을 탐구한 새로운 세대의 장편들이 만들어졌다. La máquina que hace estrellas(2012), Plumíferos(2010), El último mago o Bilembambudín(2014), 그리고 공동제작작인 El Ratón Pérez(2006)와 El Ratón Pérez 2(2009) 등이다. 이러한 발전은 국가의 영화 진흥 제도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그 시기 수많은 국산 작품이 INCAA의 제도, 즉 영화 제작과 제작비 회수를 돕기 위한 융자와 보조금을 받았다. 이 기관은 영화진흥기금을 운용했고, 그 지원 정책은 장편 애니메이션에도 닿아 기술 비용이 유독 높은 산업을 떠받치는 데 힘을 보탰다.

한편 키르치네르 정권 시기, 국가는 특히 공영 어린이 TV와 지상파 디지털 TV(TDA) 관련 공모전을 통해 영상 콘텐츠 진흥·제작을 위한 폭넓은 체계를 구축했다. 2010년부터 교육부 산하 채널 Pakapaka는 어린이를 위한 국산 콘텐츠 제작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INCAA는 기획부, 산마르틴 국립대학교(UNSAM)와 손잡고 디지털 TV용 공모, 어린이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디지털 영상 콘텐츠 진흥 운영 계획'을 펼쳤다. 여러 면에서 선순환을 이뤘지만, 동시에 부정 운영, 예산 유용, 편파 지원, 편향된 선정 기준 등을 둘러싼 고발과 의혹에도 시달린 이 생태계에서 여러 작품이 태어나거나 자리를 잡았다. 교육부 의뢰로 El Perro en la Luna가 제작하고 이후 Pakapaka에 편성된 La asombrosa excursión de Zamba, 그리고 Focus와 Pakapaka가 공동 제작한 Medialuna y las noches mágicas 등이 그렇다.

그 결과 현지 스튜디오와 전문 인력의 기회를 넓히고 일자리를 만들며, 아르헨티나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문화, 정체성과 맞닿은 어린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게 한 공공 제작 모델이 자리 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Pakapaka의 확장과 TDA 진흥 제도는 시장의 상업 논리만으로는 좀처럼 생겨나기 어려웠을 영상 생태계를 일구는 데 기여했다.

Pakapaka의 확장과 TDA 진흥 제도는 시장의 상업 논리만으로는 좀처럼 생겨나기 어려웠을 영상 생태계를 일구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간 아르헨티나 어린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대중적 현상 하나는 전통적인 국가 보조금·진흥 경로 바깥에서 나왔다. 바로 광대 플림플림이다. 기예르모 피노가 만들고 Smilehood가 제작한 이 캐릭터는 TV로 데뷔한 뒤 유튜브와 디지털 플랫폼을 국제적 확장의 주된 엔진으로 삼았다. 여러 언어로 된 콘텐츠와 글로벌 규모의 시청자를 거느린 플림플림은, 디지털 배포와 관객의 직접적인 반응만으로 국제적 현상을 만들어낸 아르헨티나 IP의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

스톱모션과 작가의 수공예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기법 가운데 스톱모션은 국제적으로 눈에 띄는 명성을 얻었다. 그 대표 주자 중 한 명이 후안 파블로 사라메야다. 할리우드 아카데미 회원이자 수많은 상을 휩쓴 단편 루미나리스의 창작자로, 이 작품은 픽실레이션과 스톱모션 기법으로 만들어졌고 기네스 세계기록에 역사상 가장 많은 상을 받은 단편영화로 올랐다. 이 전통에 산티아고 '부' 그라소(El empleo, Padre)처럼 전 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긴 작가주의 작품들, 그리고 한 프레임씩 공들이는 수작업 탐구와 고유한 시각적 정체성 구축의 본보기가 된 스튜디오 Can Can Club의 작품들(Dos Pajaritos, Inercia)이 더해진다.

현재 사라메야는 20년 넘게 단편 작업을 이어 오며 안시-MIFA의 Ciclic상 같은 국제적 인정을 받은 끝에 첫 장편 애니메이션 Soy Nina를 만들고 있다. 전편을 스톱모션으로 제작하는 이 영화는 정체성, 차별, 사회적 격차를 다룬 우화로, 어둡고 적대적인 지하 세계에서 자란 작은 쥐 니나가 토끼들이 사는 반짝이는 대도시에 도착하게 되는 이야기다.

마팔다, 그리고 바다처럼 끝없는 아르헨티나 만화 IP 목록

만화와 애니메이션 사이를 오간 만화가는 한둘이 아니다. 제작은 물론 전설적인 프로그램 Caloi en su Tinta를 통한 소개 활동까지 해낸 카를로스 로이세아우(칼로이)의 전설적인 작업부터, 살바도르 산스, 후아눙고, 델피나 페레스 아단(일명 에스탐피타) 등 수많은 이들의 간헐적인 애니메이션 작업에 이르기까지. 이런 협업을 상징하는 작품이 마리아 베로니카 라미레스가 연출한 영화 Ánima Buenos Aires로, 후안 파블로 사라메야 같은 애니메이터와 카를로스·루카스 니네 형제, 그리고 칼로이 본인 같은 만화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작업에도 오랜 전통이 있다. 200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 만화의 인기 IP를 스크린으로 옮기려는 시도의 중심에는 Illusion Studios가 있었다. 이 제작사는 입체 3D 기술과 하이브리드 포맷에 승부를 걸었다. 구스타보 코바의 연출 아래 스튜디오는 폰타나로사의 유명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Boogie, el aceitoso(2009)의 영화화에 나섰다. 얼마 뒤 같은 팀은 닉의 연재만화를 Gaturro: la película(2010)로 스크린에 옮겼는데, Ánima Estudios(멕시코), Toonz Entertainment와 공동 제작한 아동용 3D 장편이었다. 만화와 영화가 교차하는 이 흐름에는 아르헨티나 그래픽 세계에 대한 다른 접근들도 더해졌다. 노르만 루이스와 릴리아나 로메로가 연출해 아르헨티나 문학의 고전을 폰타나로사 스타일로 애니메이션 세계에 옮긴 Martín Fierro: la película(2007)가 그렇다.

이름값으로 보나 예산으로 보나 가까운 미래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는 Netflix용 새 애니메이션 시리즈 마팔다다. 스튜디오 Mundoloco CGI가 제작하고, 후안 호세 캄파네야가 감독·각본·쇼러너를 맡아 이끌며, 가스톤 고랄리가 공동 각본가 겸 총괄 프로듀서로 함께한다. 키노(호아킨 살바도르 라바도)의 유족과 협력해 개발 중인 이 작품은 회당 20~25분, 10화씩 두 시즌으로 기획되어 있다. 종이 위의 표현력과 선을 현대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야 하는 과제를 앞둔 제작진의 목표는 원작 연재만화의 타이밍, 아이러니, 휴머니즘 어린 유머, 날카로운 사회적 시선을 지켜 내며 전 세계 새로운 관객과 만나는 것이다. 가능성의 목록은 아르헨티나 만화사의 끝자락까지 뻗어 있다. 로빈 우드의 Nippur나 Gilgamesh부터 El Cazador를 거쳐 최근 몇 년간 쏟아진 새로운 세대의 그래픽노블까지, 아르헨티나 만화 IP의 보고는 울창한 만큼 다 품기도 어렵다. 그래도 아이디어와 의지는 그 자리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전문 교육, 페스티벌, 그리고 커뮤니티

지난 수십 년 사이 애니메이션은 대체로 독학에 기대던 모험에서 벗어나, 이 나라의 그림쟁이와 영상 아티스트들에게 전문적이고 특화된 직업 진로로 자리 잡았다. 이런 양적·질적 도약을 떠받친 것은 점점 넓어지는 교육기관의 그물망이었다. 반세기 넘게 영화·애니메이션 감독을 길러 온 역사적인 공립 인큐베이터 IDAC(아베야네다 영화예술학교)부터, Escuela Da Vinci나 Image Campus처럼 기술·직업 교육에 초점을 둔 사립 기관까지. 여기에 대학 과정도 더해지는데, 그중 국립예술대학교(UNA)의 애니메이션 전공 영상예술학과가 두드러지고, 비야 마리아 국립대학교(UNVM)는 영상디자인·제작학과 안에 애니메이션을 포함하고 있다.

이름값으로 보나 예산으로 보나 가까운 미래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는 Netflix용 새 애니메이션 시리즈 마팔다다.

학교 교육과 나란히, 업계는 만남과 상영, 교육, 마켓을 위한 자체 공간도 만들어 왔다. 2001년 코르도바에서 시작해 이 나라는 물론 중남미에서도 손꼽히는 전문 행사로 자리 잡은 ANIMA, 애니메이션과 비디오게임, 디지털 아트를 아우르는 BITBANG, 그리고 스톱모션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SMOF(Stop Motion Our Fest) 같은 페스티벌들이 자주적으로 꾸려지는 기획, 대안적인 상영 프로그램들과 함께 점점 더 촘촘히 연결된 씬을 다지는 데 힘을 보탰다.

이런 무대에 AOBA(부에노스아이레스 조직된 애니메이터들), APA(코르도바 애니메이션 제작사 협회), RAMA(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 여성·다양성 네트워크) 같은 업계 단체와 네트워크가 합류해 가시성을 높이고, 전문적 교류를 활발히 하고, 아티스트와 스튜디오, 프로듀서를 서로 잇는 데 이바지했다. 이 기관과 페스티벌, 네트워크는 함께 애니메이션을 그 자체로 하나의 전문 분야로 인정받게 했고, 아르헨티나 인재들이 해외 프로덕션에 합류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점점 더 세계화되는 산업의 외주 파트너로 참여하는 데 필요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 냈다.

해외 작업과 인재 수출

아르헨티나 애니메이터들은 수십 년 전부터 글로벌 시장의 가장 까다로운 기준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제작사와 스튜디오를 일궈 왔다. 이 해외 서비스 전통에는 중요한 선구자들이 있다. 70~80년대에 Hanna-Barbera, Disney 같은 거인들을 위해 대규모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하이메 디아스의 역사적인 스튜디오, 그리고 주로 광고 애니메이션에 집중한 로돌포 사엔스 발리엔테의 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한편 런던에 자리 잡고 스튜디오 Klactoveesedstene를 운영한 오스카르 그리요는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국제적 거장이 되었다.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폴과 린다 매카트니와 긴밀한 창작 협업 끝에 만든 Wings의 호평받은 뮤직비디오 Seaside Woman(1980)로 칸 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이 꼽힌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이 스튜디오 생태계 안에서 Rudo Company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작업으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 스튜디오는 아르헨티나 인디 록 밴드 Siamés와의 협업으로 국제적 인지도를 얻었는데, 함께 만든 2D 음악 단편 시리즈가 인터넷에서 널리 퍼졌다. 그중에서도 The Wolf는 YouTube 조회수가 수억 회에 이른다. 협업은 Mr. Fear, Summer Nights, No Lullaby 같은 작품으로 이어졌고, 역동적인 선, 절제된 색 팔레트, 아니메의 영향을 바탕으로 한 시각적 정체성을 굳혔다. Rudo와 Siamés의 사례는 인디 음악과 애니메이션의 결합이 아르헨티나에서 만든 작품을 해외 관객에게 닿게 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The Wolf, 아르헨티나산 음악과 애니메이션. 조회수 2억 4,400만 회, 지금도 올라가는 중.

디지털 전문화와 세대교체를 거치며, 현지 생태계에서는 탄탄한 기술력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는 스튜디오들이 태어났다. Hook Up Animation, 2Veinte, Le Cube, Rudo Company, Gizmo, Clubcamping, 그리고 Pistachios 같은 제작사들은 글로벌 브랜드, Cartoon Network와 Nickelodeon 같은 채널, 게임 업계(리그 오브 레전드, 로얄 매치 등)를 위한 광고, 뮤직비디오, 홍보물을 만드는 단골 협력사가 되었다. 스튜디오의 성장과 나란히, 아르헨티나의 개별 인재들도 할리우드와 스트리밍 플랫폼의 현대 애니메이션 이정표에 직접 발자국을 남겼다. 아르헨티나 애니메이터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시리즈 같은 대작, 호평받은 SF 시리즈 Scavengers Reign, 그리고 Common Side Effects의 제작진에 이름을 올렸다. 디에고 폴리에리, 후안 마누엘 툼부루스, 콘스탄사 오로사 등 많은 이들이 그 예다.

이런 흐름은 오랫동안 아르헨티나의 제작비를 해외 시장 대비 경쟁력 있게 만들어 준 환율 덕을 봤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실질 기준으로 달러가 상대적으로 싸지고 국내 비용 구조는 점점 불어나면서, 오늘날 아르헨티나 스튜디오들은 마진을 지키고 국제 경쟁을 버텨 내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그 결과 일부 스튜디오는 비용을 통제하고 해외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다른 나라에 사는 전문가들로 팀을 보강하거나 제작 일부를 해외에 외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자체 IP(Intellectual Property)라는 꿈

세계 최고 수준의 스튜디오들과 함께 전문적인 작업 파이프라인에 녹아드는 법을 오랜 세월 익히고 나면, 현지 애니메이터들은 필연적으로 자기 것을 만들어 볼까 고민하게 된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하지만 만화나 문학 같은 다른 서사 매체에 비하면,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건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든다. 국내에는 제작비 전액을 투자할 의향이 있는 기업이나 벤처 캐피털리스트, 스튜디오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은 스튜디오가 안시의 MIFA 같은 국제 판권 마켓, 다른 나라와의 공동 제작, 혹은 크라우드펀딩에서 자금을 찾는다.

만화나 문학 같은 다른 서사 매체에 비하면,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건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자체 IP를 실현하기 위한 이 끝없는 금화 찾기 여정에서 La Huella del Oro는 예외적인 경우다. 자금을 구하러 국제 마켓에 가지 않았고, 피칭과 IP 판매까지 전부 아르헨티나 안에서 해냈다. 한편 Electroandes도 국내 자금을 확보했지만, 이제 나머지는 국제 마켓에서 채워야 한다. 이쪽 목표가 규모와 범위 면에서 더 야심차다. La Huella del Oro가 5분짜리 6화, 총 30분이라면 Electroandes는 20분짜리 8화, 총 160분이다. 목표도 전략도 다르지만, 자기 프로젝트를 완성한다는 목적은 같다. La Huella del Oro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제 시즌 2로 나아갈 차례다. Electroandes는 여전히 분투 중이지만, 첫 시즌을 완성할 새로운 지원군을 모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당사자들에게 직접 들어 보는 게 낫겠다:

전통적으로 많은 현지 스튜디오가 해외 제작 서비스로 조직을 유지해 왔습니다. 여러분의 경우엔 어떤 의뢰 작업이나 외주 작업으로 자금을 마련해 왔나요(밝힐 수 있다면요)? 그리고 그 역할은 자기만의 작가적 작품에 몰두하고 싶은 욕망과 어떻게 공존하나요? 무엇이 그 도약을 하게 만들었나요?

다니엘 두체(La Huella del Oro): Vigía Planetario 시리즈도, La Huella del Oro의 파일럿 에피소드도 외부 투자 없이 전부 제가 혼자 만들었습니다. 그 제작 전체를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고 했죠. 그동안 다른 스튜디오에서 프리랜서로 연출을 하고 강의도 했지만, Puño Robot 명의로 외주 작업을 받지는 않았어요. 두 시리즈는 차이가 하늘과 땅이에요. La Huella del Oro는 35명이 넘는 팀이 참여한 작품이고, 워너를 위해 만든 프로덕션이라 워너 쪽 사람들과도 어깨를 맞대고 일해야 했습니다. 반면 Vigía Planetario는 저 혼자 만드는 작업이고요. 그 차이는 각 시리즈의 최종 퀄리티, 복잡도, 에피소드 길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나초 말테르(Electroandes): 저희는 어떤 일을 받을지 늘 꽤 까다롭게 골랐고, 전통적인 광고는 최대한 피하려고 했어요. 주로 League of Legends 같은 게임이나 Royal Match 같은 모바일 게임의 트레일러와 프로모션 영상을 만들었죠. 다른 시리즈나 영화에 화이트 라벨(크레딧 없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고요. 이 프로젝트에 불을 붙인 건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처음엔 실험처럼 시작했는데, 그게 충분한 추진력을 얻어서 지금의 모습으로까지 자라난 거죠.

현재 프로젝트는 제작의 어느 단계에 와 있나요? 그리고 최근 공개한 티저나 파일럿에 대해 업계와 관객의 전반적인 반응은 어땠나요?

다니엘 두체(La Huella del Oro): 다행히 시리즈에 대한 반응은 전반적으로 아주 좋았어요. 여기서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다른 나라들에서도요. 앞으로도 계속 커지길 바라고, 그러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문이 열릴지도 모르죠. 하지만 후속 여부를 정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나초 말테르(Electroandes): 파일럿, 그러니까 1화는 완성됐습니다. 2화는 '시각 각본' 단계에 있는데, 흔히 애니매틱이라고 부르는 걸 저희는 그렇게 정의해요. 이 단계에 들어가면 각본이 꽤 많이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집필의 연장선으로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공동제작 제안부터 배급까지, 첫 반응들을 받아내느라 바쁩니다. 제작 규모가 국내 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커질 거라서, 앞으로는 공동제작이 필수 조건이 될 거예요. SNS 지표를 보면 저희 관객은 주로 이 지역권이고, 거기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여기 아르헨티나에선 열기가 대단하고, 칠레에서 미리보기를 공개했을 땐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안데스라는 정체성 덕분에 칠레 분들도 자기 이야기처럼 느끼신 거죠. 인구통계 수치로 보면 페루 관객도 굉장히 많고요. 앞으로 몇 달 안에 더 넓은 관객층에게 다가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안시 페스티벌 프리미어에서는 두 번 상영했는데 둘 다 객석이 꽉 찼어요. 굿즈 판매를 시험 삼아 해봤더니 한 시간 남짓 만에 매진됐고요. 최근에 중국에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모두 저희가 다양한 국가의 관객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신호죠.

줄거리와 주제 측면에서, 이 이야기의 아르헨티나적 DNA는 어디에 있나요?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보편적인 코드와 대화하며 해외 시장에서 매력을 갖게 되나요?

다니엘 두체(La Huella del Oro): 서사적으로 보면 아르헨티나의 DNA는 장르와 이야기의 유형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목표를 품고 길을 따라가는 떠돌이 용병이,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여러 장소를 지나가는 이야기거든요. 이런 구조는 Nippur de Lagash나 Alvar Mayor 같은 아르헨티나 만화 작품들의 전통을 잇는 거예요. 탐욕이라든가 권력의 교체 같은 주제는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것이라,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가 되죠.

나초 말테르(Electroandes): Electro의 정체성은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풀어내는 방식과 관련이 있어요. 80년대 영화들을 보면 외계인 침공이든 영웅이나 탐정의 거대한 이야기든 죄다 뉴욕이나 LA에서 벌어지는 것 같잖아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건 그 이야기들이 어떤 지리적 위치에서 만들어졌느냐와 관련이 있다고 봐요. 저희에게 가장 유기적이고 진정성 있는 방식은 사이버펑크, 드라마, 액션 같은 보편적인 장르를 로컬의 맥락에서 다루는 거예요. 국내외에서 프로젝트를 처음 선보이면서 느낀 건, 그 로컬한 요소가 전통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이야기되던 장르에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이에요.

MIFA(안시) 같은 마켓이나 플랫폼, 국제 공동제작,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찾아본 경험은 어땠나요? 특별히 추천할 만한 전략이 있나요?

다니엘 두체(La Huella del Oro): 저는 그런 마켓에서 어떤 종류의 자금도 받아본 적이 없고, 안시에 가본 적도 없어요.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선 드릴 조언이 없네요.

나초 말테르(Electroandes): 한 가지 채널만으로 구체적인 기회가 온 적은 거의 없어요. 안시에서 맺은 인연이 나중에 공동제작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하고, 어떤 행사에서 피칭이나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함께 설계할 완벽한 파트너를 만나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자금 조달의 각 단계에 너무 구체적인 기대를 걸기보다는, 그 단계들이 가져다주는 가능성에 늘 깨어 있고 열려 있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많은 건 시간이 지나야 보이거든요. 저희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데, 다른 분들도 그러시길 권해요. 다만 프로젝트는 저마다 다르고, 길은 걸어가 봐야 보이는 법이죠.

현재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계의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이렇게 버텨내야 하는 시기에, 부족한 자원을 두고 경쟁이 우세하다고 느끼시나요, 아니면 동료들 사이의 연대와 협력이 더 단단해졌다고 느끼시나요?

다니엘 두체(La Huella del Oro):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는 건 아주 반가운 소식이고, 무엇보다 기대를 품게 하는 풍경이에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러 요인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 일감 자체가 적어요. 일부 국가의 보호무역 정책과 AI 사용은 일자리뿐 아니라 그 일의 가치까지 위협하고 있죠. 이 모든 게 서비스 수출국으로서도, 콘텐츠 제작국으로서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쳐요. 일이 부족하면 연대보다는 경쟁이 더 자연스러워지기 마련이고요.

일부 국가의 보호무역 정책과 AI 사용은 일자리뿐 아니라 그 일의 가치까지 위협하고 있다.

나초 말테르(Electroandes): 저는 우리가 네트워크 안에서 살고 있고, 주변 사람들이 잘되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결국 모두에게 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자원은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아르헨티나 애니메이션계도 어디서나 아주 구체적으로 체감되는 전 세계적 불황에서 자유롭지 않아요. 하지만 콕 집어 말하자면,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문제는 생활비가 너무 비싸서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거예요.

지금의 상황을 떠나서, 이 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국산 애니메이션의 제작 지원과 진흥에서 국가가 맡아야 할 이상적인 역할과 지원 체계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다니엘 두체(La Huella del Oro): 국가는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는 아르헨티나 전문 인력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국내 스튜디오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애니메이션 산업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방송사, 플랫폼, 극장에 스크린 쿼터를 요구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제대로 퍼질 수 있게 해야 하고요. 애니메이션이 산업으로 자리 잡은 나라들에서 하는 것 이상도 아니에요.

나초 말테르(Electroandes):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가진 잠재력이 진짜라는 것,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서는 애니메이션 산업이 아주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거예요. 역사적으로 보면 캐나다, 프랑스, 일본 같은 대형 제작국들이 있죠. 그런데 필리핀 사례가 정말 흥미로워요. 이삼십 년째 산업을 키워 왔는데, 이제는 제작 하청국으로서뿐 아니라 자체 프로젝트로도 경쟁하기 시작했거든요. 이 분야엔 문화적 기여뿐 아니라 경제 성장 측면에서도 큰 가치가 있어요. 국가 쪽에선 이에 대한 비전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호주도 산업을 강력하게 지원해서 지금은 블루이나 어메이징 디지털 서커스 같은 어마어마한 히트작을 내고 있죠. 애니메이션이 문화 모델일 뿐 아니라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가르시아 페레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이 나라의 애니메이션 전통 덕분에 숙련된 인력층은 두텁게 유지되고 있지만, 구조적인 지원만 있다면 그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어요.

그려진 소프트파워의 세계 판도에서 아르헨티나가 쥔 무기들

처음엔 과장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전 세계 인식을 둘러싼 소프트파워 냉전 가운데 하나는 만화, 애니메이션, 비디오게임이라는 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심부 강대국들은 IP를 폭우처럼 쏟아붓고, 그것들이 결국 우리가 세상을 지각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빚어낸다. 미국은 어마어마한 매스미디어 기계로, 일본은 망가와 애니메로. 그 뒤에서는 중국, 프랑스, 한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며 시상대에 오르려 다투고 있다. 나머지는 아래에서 예선이라도 통과해 보려고 팔꿈치로 밀치며 아등바등하는 중이다. 아르헨티나는 지역의 기준점이자 라틴아메리카의 강자지만, 문화 산업의 국제적 진흥을 다지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없다는 건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지금으로선 한때 우리를 본보기로 삼던 칠레나 브라질 같은 이웃 나라들에게 곧 추월당할 판이다. 이미 추월당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런 판국에 국가 지원은 의문시되고 역대 최저 수준으로 깎여 나갔으니, 아르헨티나 창작자들은 수십 년간 공공정책과 민간이 선순환을 이루며 손발을 맞춰 온 강대국들과 겨루기 위해 민간이나 해외 자금에 기댈 수밖에 없다. 당분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버티고, 계속 만들고, 다음 애니메이션 꿈을 실현시켜 줄 그 잡힐 듯 안 잡히는 금화 몇 닢을 어디선가 찾아내는 것뿐이다.

강력 추천작:

La Huella del Oro와 Electroandes처럼, 형식도 길이도 제각각인 다른 프로젝트들도 현실이 되기 위해 충분한 뜻과 자원을 모으려 애쓰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Calesita

Sike x Bellolandia

Esther

Ezequiel Torres x Rudo Company

Gorrionetas

Ezequiel Torres, Gastón Pacheco

Luz Diabla

제작: Ojo Raro, Lakeside Animation

Deportivo Baby

Delfina Pérez Adán x Bellolandia

Cosmic City Cruiser

Ivan Olszevic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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