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 뒤에 숨은 과학: 기계가 된 몸과 디지털 정신
돼지 심장, 회춘한 세포, 클라우드에 올린 뇌. 불멸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값은 누가 치를 수 있을까?
돼지 심장, 회춘한 세포, 클라우드에 올린 뇌. 불멸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값은 누가 치를 수 있을까?
2025년 9월, 베이징은 내가 대충 뭉뚱그려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이라고 부를 사건의 80주년을 기념하고 있었다. 꺼지지 않은 마이크에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의 대화 일부가 잡혔는데, 두 사람은 자기들이 아직 얼마나 젊게 느껴지는지, 의학이 발전한 덕에 150살까지도 살 수 있게 됐다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푸틴 통역사의 말을 믿는다면 불멸 얘기까지 오갔다고 한다. 몇 시간 뒤 한 기자가 그 대화에 관해 묻자, 푸틴은 자본주의의 붕괴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개발했다고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현대 의학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고만 답했다.
일단 70대 남자 둘이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게 딱히 이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 대화가 권위주의적이고 영생을 꿈꾸는 폭주를 입증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차라리 자기 죽음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입증할 뿐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꽤 맞는 말이었는데, 마치 SF를 더 이상 허구가 아니게 만들려는 듯한 과학적 진전들이 실제로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22년 New England Medical Journal은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 돼지 심장을 이종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환자는 이식받은 심장으로 60일을 살다 세상을 떠났다.
불멸 자체가 과학 프로젝트의 일부인 건 아니지만, 거기에 근접하는 연구 분야들은 존재한다. 크게 보면, 오늘날 생물학에는 세포 수준에서 늙는다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게 해주고 그걸 '치료'하려는 진전들이 있다. 다른 한편, 아직은 비교적 걸음마 단계지만, 존재를 나약한 육신에서 떼어내려 모색하는 디지털 경로도 있다.
온갖 헛발질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맞힐 땐 맞힌다. 앞서 말했듯 한 남자가 돼지 심장을 달고 두 달을 버텼다. 수축, 이완, 또 수축, 또 이완, 60일 내내, 순도 100%의 삶의 충동. 장기 이식은 푸틴의 머릿속에도 있었지만, 몸을 기계로 보는 은유에 꽤 충실한 수명 연장 방법으로 거론된다. 부품이 낡거나 고장 나면 갈아 끼운다.
오늘날 생물학에는 세포 수준에서 늙는다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게 해주고 그걸 '치료'하려는 진전들이 있다.
하지만 부품을 갈아 끼우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이식은 서로 다른 두 차원의 문제와 씨름한다. 하나는 '공급', 즉 장기를 구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몸이 자기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부품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문제다.
게다가 이식은 물류 면에서도 복잡하다. 예를 들어 심장은 표준적인 냉장 보존 조건에서 손상이 커지기 전까지 이식할 수 있는 시간이 4~6시간 정도다. 장기에 액체를 순환시키고 온도를 조절하는 관류 방식이 확산되면서 보존 상태를 개선할 수 있게 되고 있다. 다른 장기들은 여유가 좀 더 있다. 신장은 하루 남짓 생존 가능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 그래도 병원마다 스페어로 꽉 찬 냉장고가 놓이는 날은 가까운 미래에 절대 오지 않는다.
여기서 이종이식이 등장한다. 아직 실험 단계지만 갈수록 무시하기 어려운 결과를 내놓고 있다. 2000년대 초에 이미 인간과의 적합성을 높이려고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가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CRISPR 덕분에 이런 변형을 훨씬 더 많이, 더 빠르게 할 수 있게 됐다. 어떤 변형은 우리 면역계에 특히 문제가 되는 돼지 분자를 제거하고, 또 어떤 변형은 혈액 응고나 면역 반응 같은 과정을 더 잘 조절하도록 인간 유전자를 집어넣는다. 2025년에는 한 환자가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 덕분에 투석 없이 271일을 살았고, 그 뒤 결국 이식 장기가 기능을 멈췄다.
목표는 이런 동물을 통제된 환경에서 키워 비교적 안정적인 장기 공급원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부적합성을 충분히 줄이는 조합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급 문제를 정면으로 공략할 수 있다. 면역 쪽에서도 유전자 편집은 장기를 몸에 덜 낯설게 만들려 하지만, 현재의 이종이식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면역억제를 필요로 한다.
또 다른 가능성은 아예 돼지를 건너뛰고 인간 세포, 이상적으로는 환자 본인의 세포로 장기를 '제작'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적합성 문제 일부를 줄일 수 있겠지만, 부품을 만드는 일에는 새로운 난관이 따른다. 장기의 구조, 특히 혈관 구조는 극도로 복잡하다. 장기의 일부 특성과 기능을 작은 규모로 재현하는 3차원 구조물인 오가노이드는 만들 수 있지만, 그걸 이식 가능한 온전한 장기로 키우는 건 또 다른 문제다. 3D 바이오프린팅도 비슷한 한계에 부딪힌다.
대체로 지금의 이식은 장기 하나가 고장 나서 사람이 죽는 걸 막기 위한 것이지, 노화 자체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다. 이제부터 볼 전략들은 목표가 다르다. 우리를 늙게 만드는 생물학적 과정 중 일부에 직접 손을 대려 한다.
이런 과정들을 정리하는 꽤 영향력 있는 틀로 Hallmarks of Aging이 있다. 2013년에 처음 발표되고 2023년에 개정된 이 연구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고, 서로 얽혀 있으며, 실험적으로 개입해 노화의 여러 측면을 가속하거나 늦추거나 심지어 되돌릴 수도 있는 일련의 메커니즘을 제시한다. 대사 이상, 세포 손상, 노쇠(senescence) 같은 것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를 죽이는 것들의 목록이라기보다는, 가능한 개입 지점을 표시한 지도로 생각하는 편이 유용하다.
이런 개입 중 하나는 세포가 영양분과 에너지의 가용성을 감지하는 방식에 기대고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mTORC1과 AMPK, 세포의 성장과 유지 사이의 균형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두 단백질 복합체다.

보통 영양분이 풍부한 세포는 자원을 성장과 새로운 구성 요소 생산에 쏟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게 mTORC1인데, 단백질 합성과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자가포식, 즉 세포가 손상된 구성 요소를 분해하고 그 부품을 재활용하는 메커니즘을 억제한다. 반대로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유지와 재활용을 위한 과정의 비중이 커진다. 여기서 AMPK가 나서는데, mTORC1을 억제할 수 있고, 에너지 생산과 자가포식을 촉진하며, 아주 단순화하자면 세포가 '정비 모드'로 들어가도록 돕는다.
신호가 지나치게 성장 쪽으로 기울면 이 균형이 깨질 수 있다. 그러면 세포의 메커니즘이 수리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손상이 쌓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손상은 다시 세포가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일부 개입은 저울을 유지 쪽으로 기울여 세포의 수리와 재활용 과정에 더 많은 여지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울을 기울이는 한 가지 방법은 식단과 운동이다. 안다, 끔찍한 얘기다. 하지만 여러 효과 중에서도 칼로리 제한은 mTORC1의 활성을 낮출 수 있고, 신체 활동에 따르는 에너지 스트레스는 AMPK를 활성화한다. 건강한 삶이라는 끔찍한 형벌을 피하기 위해 지금 연구 중인 건 약물로 개입하는 방법이다. 가장 많이 연구된 후보는 mTORC1을 억제할 수 있는 라파마이신이다. 사실 TOR라는 이름부터가 Target of Rapamycin의 약자다. 라파마이신이 어떤 단백질에 작용하는지 연구하다 발견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2009년 National Institute on Aging의 연구는 비교적 늙은 나이에 투여를 시작해도 생쥐의 수명을 늘릴 수 있음을 보여줬고, 이후 라파마이신은 노화 연구의 핵심 분자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이 논리는 주로 손상이 나타나는 속도를 늦추는 데 쓸모가 있다. 이미 문제적인 상태에 들어선 세포를 어떻게 할지는 꼭 해결해주지 않는다. 여기서 노쇠 세포가 등장한다.
1960년대에 레너드 헤이플릭과 폴 무어헤드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정상 인간 세포가 무한히 분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일정 횟수 분열하고 나면 대사 활동은 계속하면서도 더 이상 증식하지 않았다. 이게 그 유명한 '헤이플릭 한계'로, 에반게리온 팬이라면 귀에 익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가 DNA 손상, 스트레스, 그 밖의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도 노쇠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손상된 세포가 계속 분열하지 못하게 막는 건 유용할 수 있고, 노쇠는 조직 재생 같은 과정에도 관여한다.
이런 상태가 일시적인 수준을 넘어서면 많은 노쇠 세포가 SASP, 즉 senescence-associated secretory phenotype이라고 불리는 것을 발달시킨다. 주변으로 내보내는 신호가 바뀌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이런 세포들이 여러 조직에 쌓일 수 있고, 일부는 오랜 기간 그 신호를 계속 만들어낸다. 원래 손상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던 것이 결국 이웃 세포들을 교란하고, 염증을 부추기고, 조직의 정상적인 재생을 방해하게 될 수 있다.
그럼 이 세포들을 없애버리면 어떻게 될까? 2011년 조기 노화 생쥐 모델을 이용한 실험에서, 노쇠 표지자 양성 세포를 제거하면 노화 관련 질환 일부의 발병을 늦출 수 있고, 나중에 제거하더라도 이미 진행된 손상의 악화를 부분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 덕분에 노쇠 세포의 선택적 제거는 구체적인 연구 분야로 자리 잡았다.
조기 노화 생쥐 모델에서, 노쇠 표지자 양성 세포를 제거하면 노화 관련 질환 일부의 발병을 늦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아이디어에서 노쇠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려는 약물, 세놀리틱스가 나왔다. 노쇠 세포는 예정된 세포 죽음, 즉 아포토시스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특정 생존 경로에 의존하는데, 이 약물들은 그 경로를 차단하려 한다. 초기의 중요한 사례 중 하나가 다사티닙과 퀘르세틴의 조합, 줄여서 D+Q다. 2015년 연구자들은 두 물질이 서로 다른 종류의 노쇠 세포에 작용하며, 둘을 함께 쓰면 생쥐에서 노쇠 세포를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후 D+Q는 인간 대상 연구로도 넘어갔다. 2019년 당뇨병성 신장 질환 환자 9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시험에서는 치료 후 여러 노쇠 표지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신호이긴 하지만, 몸 전체의 노쇠 세포를 싹 청소하는 약은 아직 한참 멀었다. 문제는 노쇠가 하나의 균질한 세포 유형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서, 어떤 조직이나 세포 유형에 잘 듣는 약이 다른 곳에는 듣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보면 늙지 않는다는 얘기는 영 시원찮다. 인간 대상 임상시험은 몇 안 되고, 그중 어느 것도 우리가 예상보다 훨씬 오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서 좀 더 흥미로운 게 나온다. 2006년 다카하시 가즈토시와 야마나카 신야는 어떤 유전자가 발현될지를 조절하는 단백질인 전사인자 네 가지의 조합으로 다 자란 생쥐의 섬유아세포를 배아 세포와 비슷한 만능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 네 가지 인자는 오늘날 야마나카 인자 또는 OSKM으로 불린다. OCT4, SOX2, KLF4, c-MYC다.
문제는 이 과정을 언제 멈추느냐였다. 끝까지 후진해버리면 세포의 정체성이 지워졌고, 종양이 생기는 성가신 부작용까지 따라올 수 있었다. 그래서 질문은 만능성까지 가지 않고 어디까지 되돌릴 수 있느냐로 바뀌었다.
2016년, Ocampo et al.은 OSKM을 주기적으로 활성화하면 조기 노화 모델 쥐의 수명을 늘리고, 정상적으로 늙은 쥐의 재생 능력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동물들은 독시사이클린을 투여받으면 OSKM을 만들기 시작하고, 투여를 끊으면 생산이 멈추도록 유전자 조작된 상태였다. 말하자면 이미 10년 전에 우리는 리프로그래밍 유전자에 생물학적 온·오프 스위치를 단 포유류를 만들고 있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스위치를 공장에서부터 달고 나와야 한다는 게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2020년, Lu et al.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바이러스를 이용해 세 가지 인자인 OSK와 그 발현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쥐의 망막 신경절 세포에 집어넣었다. 시신경 손상 후 일부 축삭이 다시 자라났고, 노화로 시력을 잃은 동물들에서는 시각 기능이 부분적으로 회복됐다. 이제 쥐가 실험용으로 태어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일단 탄력이 붙자 리프로그래밍은 계속해서 성과를 쌓아갔다. 2022년, Browder et al.은 정상적으로 늙어가는 쥐에게 장기간 부분 리프로그래밍을 적용했고, 일부 조직에서 회춘으로 볼 만한 변화를 관찰했다. 같은 해 인간 세포 실험도 등장했다. Gill et al.은 세포를 만능성 단계까지 끌고 가지 않고도 노화와 관련된 여러 분자 지표를 되돌렸고, 세포가 섬유아세포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게 했다. 다음 단계는 뻔했다.
2026년 6월, 첫 번째 참가자가 ER-100을 투여받았다. Life Biosciences의 실험적 치료법으로, AAV2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망막 세포에 OSK를 넣고 독시사이클린으로 그 활성화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1상 시험은 우선 녹내장과 NAION 환자에게 이 치료가 안전하고 견딜 만한지를 확인하는 게 목표다. 영원히 젊은, 어쩌면 불멸의 존재가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부분 후성유전학적 리프로그래밍에 기반한 치료법이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판에 뛰어든 게 Life Biosciences만은 아니다. Altos Labs는 세포 회춘 연구를 위해 30억 달러를 들고 출발했고, NewLimit이나 Retro Biosciences 같은 기업들도 세포 리프로그래밍과 이런 개입을 다양한 조직과 질병으로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간을 이길 가능성에 관한 글이 온통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로 도배돼 있다는 아이러니를 나도 모르는 건 아니다. 이런 연구 상당수가 흥미로운 걸 약속하지만, 거의 언제나 나중에다. 그래서 여기에 판돈을 건 사람들은 그 ‘나중’까지 어떻게 버틸지를 궁리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인체 냉동보존술이다. 월트 디즈니로 유명해졌는데(정작 본인은 냉동돼 있지 않지만 그 꼬리표가 붙어버렸다), 현재 세포와 조직 보존에 쓰이고 연구되는 냉동보존 기술을 가져다 훨씬 더 멀리 밀어붙인 것이다. 일부 업체는 나중에 사람을 ‘되살릴’ 방법이 발견될 수도 있다는 전제로 사람을 보존해주는 서비스를 판다. 법적으로 사망하는 즉시, 이 단체들은 최대한 빨리 시신을 넘겨받으려 한다. 서비스에 따라 전신을 보존하거나 머리와 뇌만 보존하는데, 혈액을 빼고 조직에 동결보호 용액을 관류시킨 뒤 몸을 서서히 −196 °C까지 냉각해 액체질소 탱크에 보관한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일단 먼저 죽어야 한다는 대목을 알아챘겠지만, 내 생각에 이건 살짝 선을 넘어도 아직 쓸 만하다는 데 거는 도박인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훨씬 더 노골적인 추측의 영역이다. 지금 우리가 가진 최선이 꽤나 형편없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어떻게든 우리의 존재를 다른 형식으로 옮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의식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몸이 파괴돼도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과연 정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복사본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 복사본 하나를 지우면 누군가를 죽이는 걸까? 당신은 PC에서 파일을 몇 개나 지웠나? 금세 좌표가 바뀌고, 논의는 기술적 가능성보다는 정체성, 혹은 존재의 문제에 더 가까워진다.
금세 좌표가 바뀌고, 논의는 기술적 가능성보다는 정체성, 혹은 존재의 문제에 더 가까워진다.
현실적으로 정리하자면, 이 분야에는 지금 가능한 것부터 완전한 SF까지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디지털 복제본이다. 한 사람의 디지털 발자국, 메일, 사진, 게시물 등 그 사람에 관한 모든 걸 긁어모아 그 사람의 패턴 일부를 재현하는 챗봇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지는 물론 영상까지 붙일 수 있다. MindBank AI가 이런 식으로 나만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업체 중 하나이고, 세상을 떠난 가족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곳들도 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이것의 정교한 버전이 나온다. 신경과학에서는 신경계의 연결을 지도화하려는 커넥토믹스가 등장했다. 2024년에는 인간 대뇌피질 1세제곱밀리미터를 디지털로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는데, 세포 약 5만 7천 개와 시냅스 약 1억 5천만 개가 담겨 있었다. 대단한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뇌 조각 하나를 극도로 세밀하게 그린 지도일 뿐, 그 조각이 작동하는 모습은 아니다. 여기서 뇌 전체를 에뮬레이션하고, 나아가 그 에뮬레이션이 특정한 한 사람을 재현하게 만들기까지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세 번째 가능성은 아예 우리가 그 안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처럼 생각하는 복사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의식을 다른 매체로 옮길 방법을 찾는 것. 누군가를 ‘받아들일’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건, 그게 무슨 의미든 간에, 그보다도 훨씬 더 먼 얘기다. 공각기동대는 당분간 계속 유효할 것이다.
이 중 무엇이든 불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쎄다. 누군가 남긴 유산 속에서 불멸이 된다는 생각은 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지만, 정작 고인이 자기가 불멸이라고 느끼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몇 년 전 아버지가 웃으면서 친구분과의 통화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 친구분이 걱정거리가 있다며 전화를 했단다. 네이처에 실린 어떤 논문(뭔지는 나도 모른다)을 보고 따져보니, 둘 중 하나가 ‘마지막으로 죽는 호구’로 역사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먼저 말해두자면, 10년쯤 지난 지금도 그건 그렇게 확실하지 않다. 과학은 놀라운 일을 해내지만, 세포 하나 회춘시키고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수준으로는 아직 그 위대한 평등주의자, 죽음 앞에서 마음 편히 있기엔 한참 멀었다. 푸틴과 시진핑이 그 대화를 나눴을 때 나이가 대략 아버지와 그 친구분 나이쯤이었다. 같은 두려움, 과학의 진보에 거는 같은 희망, 같은 나이.
둘째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면 노화를 치료할 방법이 나온다 해도 그 혜택은 새로운 생물학적 엘리트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공교롭게도 이들은 경제적 엘리트에 기대고 있다). 슬라보예 지젝은 Hegel in a Wired Brain에서 유발 하라리의 생각을 가져오는데, 경제적 엘리트와 ‘마지막으로 죽는 호구들’ 사이의 불평등이 생물학에 새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인류는 생물학적 카스트로 계층화될 수도 있다.
노화를 치료할 방법이 나온다 해도, 그 혜택은 새로운 생물학적 엘리트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앞에서 강하게 짚고 넘어가진 않았지만, 최대한 잘, 그리고 오래 살기 위한 조언을 원한다면: 잘 자고,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라. 완벽하진 않아도 안 하는 것보단 거의 언제나 낫다. 물론 월말까지 버티기도 빠듯하거나 처한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 이게 결코 쉽지 않다. 사우스 파크에서 에이즈 치료법이 ‘그저’ 돈이 엄청 많은 거였다는 그 농담에는 뭔가가 있다.
브라이언 존슨 알아? 그는 Project Blueprint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는데, 그 상당 부분은 습관을 바꾸고 치료법을 시도하고 이것저것 조정하는 동안 자신을 밀착 모니터링하게 하는 데 쓰였다. 2023년에는 하루에 개입이 100가지쯤 되고 알약을 60알쯤 먹는다고 했다. 그가 장수하고 건강하려고 그토록 꼼꼼하게 짠 프로토콜을 들여다보면 뭘 우선시하는지 보인다. 잘 자기, 건강하게 먹기, 운동하기. 말해주지 않는 부분은, 그 많은 돈 덕분에 보험료 걱정 없이 발 뻗고 잘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죽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영원히 더 흥미로운 질문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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