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해머 ToW 스페인 월드컵 2026: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여정
워해머: 디 올드 월드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스페인 탈라베라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20개국 중 13위로, 더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들보다 높은 순위다.
워해머: 디 올드 월드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스페인 탈라베라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20개국 중 13위로, 더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들보다 높은 순위다.
아르헨티나의 Warhammer: The Old World(Warhammer ToW) 커뮤니티는 탄탄하고 지금도 계속 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26년 9월 말 스페인 탈라베라에서 열리는 월드컵, 즉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Old World 대회에 나가 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대회에서 일이 쉽게 풀릴 리 없었고, 대회 전부터 이미 그랬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유일한 팀이 결국 월드컵 무대에 서기까지, 한 편의 대서사시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출국 한 달 전, Warhammer ToW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8명 정원을 채울 아르헨티나인이 모자랐던 것이다. 마지막 두 명이 경제적인 사정으로 하차했다. 모두가 '파토'라고 부르는 Patrick Glickmann이 팀 주장이었는데, 그 뒤에 벌어진 일은 그야말로 가장 넓은 의미의 주장 노릇이었다. 그는 오래 살았던 덴마크의 친구 몇 명에게 연락했고, 팀을 찾고 있던 베트남인(숨은 고수였는데, 이건 차차 보자) 한 명도 찾아냈다(대회 규정은 게임 자체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서 '용병'을 영입하는 걸 허용한다). 그때까지 한 번도 함께 플레이해 본 적 없는 이 알록달록한 다국적 혼성팀으로(다들 알다시피 아르헨티나인은 태어나고 싶은 곳에서 태어나는 법이니까), 아르헨티나는 2026년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탈라베라 페리알의 게임 테이블에 앉았다. 앞서 말했지만 한 번 더 강조할 가치가 있다. 이 대회에 출전한 라틴아메리카 대표팀은 아르헨티나뿐이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대회에서 일이 쉽게 풀릴 리 없었고, 대회 전부터 이미 그랬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유일한 팀이 결국 월드컵 무대에 서기까지, 한 편의 대서사시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제 느낌엔 우리가 딱 《스타덤 대모험》을 찍은 것 같아요. 준비도 안 했고, 연습도 안 했으니까요." 팀의 아르헨티나 멤버 중 한 명인 Jonathan의 말인데, 데뷔전의 분위기를 유머러스하게 요약해 준다. 하지만 결과는 망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처음 목표는 그저 출전하는 것이었다. "그다음엔 성적 목표를 꼴찌만 면하고 한 판이라도 이기는 걸로 잡자고 얘기했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스스로의 기대치는 넘어섰어요." Glickmann의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두 경기를 이겨 13위로 마쳤고, 하룻밤 동안은 순위표 9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Warhammer: The Old World 최고 권위 대회 데뷔치고는 나쁘지 않다.

The Old World의 World Team Championship(WTC), 일명 Clash of Nations는 Games Workshop이 2024년에 재출시한 미니어처 전쟁 게임, 즉 부활한 Warhammer Fantasy의 국가대표팀들이 모이는 대회다. 공식 대회는 아니다. 회사가 주최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직접 운영하는 비영리 조직이 연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팀의 수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탈라베라에는 세 대륙 20개국에서 약 200명의 플레이어가 모였고(아메리카에서는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오세아니아에서는 호주, 그리고 대부분의 대표팀은 유럽이었다), 총 480판이 치러졌다. 개최지 선정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도시에는 유럽 최대급 하비 숍 중 하나인 Invasión Talavera가 있는데, 이미 Warhammer 40,000 대회에 1200명 넘는 인원을 끌어모은 적이 있다. 트로피까지 현지산이었다. 이 도시가 유명한 수공예 도자기로 만든 작품들이었다.

Glickmann에게 이 대회의 의미는 상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The Old World 행사 중에 이보다 큰 건 없어요."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또 각국 커뮤니티가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나라마다 커뮤니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고 덧붙인다. "영감을 얻고, 네트워킹도 하고, 우리 커뮤니티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기회죠."
방식은 빡빡하다. 각 대표팀은 8명이고 그중 한 명이 주장이다. 여기에 선택 사항으로 '코치'를 둘 수 있는데, 코치는 경기 점수를 실시간으로 집계하면서 팀 전체 성적에 따라 어떤 전략이 가장 유리한지(즉 더 보수적으로 가야 할지, 전투에서 더 모험을 걸어야 할지) 자기 팀 플레이어들에게 실시간으로 조언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섯 라운드 각각에서 두 나라가 8판을 동시에 맞붙고, 한 판마다 두 플레이어가 20점을 나눠 갖는다. 20대 0이면 완패, 10대 10이면 무승부다. 매 라운드 전에는 결정적인 순간, 바로 페어링이 찾아온다. 카드 게임처럼 양 팀이 군대를 하나씩 공개하며 대진을 고르는 것이다. 여기서 누가 상대의 가장 무시무시한 리스트를 상대로 희생양이 될지, 누가 유리한 대진을 가져갈지가 정해진다.

군대 구성도 게임의 현재 상태(와 그 불균형)를 말해 준다. 뱀파이어 카운츠는 20개 팀 모두에 있었고(그만큼 사기라는 얘기다), 중화 제국에서 영감을 받은 진영 캐세이는 19개 팀에 있었다(동양 시장 진출을 노리고 Games Workshop이 밀어주는 또 다른 진영이다). 아르헨티나는 다양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군대를 들고 갔다. 캐세이, 뱀파이어 카운츠, 브레토니아, 제국, 툼 킹, 다크 엘프, 오크와 고블린, 워리어 오브 카오스. 게다가 희귀한 것도 하나 있었다. 대회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다크 엘프였다(희귀했던 이유는 이번 월드컵에서 레니게이드 리스트가 허용되지 않아 애초에 이 군대가 불리했기 때문이다). 이 대회의 좋은 점, 그리고 꼭 짚고 넘어갈 만한 점은 비공식 대회라서 프록시 미니어처(속된 말로 '짝퉁')를 허용했다는 것인데, 덕분에 문턱이 훨씬 낮아졌다.
월드컵에 나온 모든 군대와 리스트를 국가별로 정리한 파일을 여기 남겨 둔다:
아르헨티나의 준비를 이끈 건 Glickmann이었다. "물류 쪽은 전부 제가 했고, 테스트도 전부 제가 했어요. 팀을 꾸리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었어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 갈 수 있는 플레이어를 충분히 모으기가 정말 어려웠거든요." 그는 후원사도 찾아다녔는데, 그의 말로는 이걸로 다음 대회들을 위한 후원의 기반은 마련해 둔 셈이다.
팀 전원의 진단은 같다. 첫 월드컵이었다는 점, 서로 원래 알던 사이가 아니었다는 점, 경험 수준이 꽤 들쭉날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르헨티나는 잘 싸웠다. Glickmann의 요약은 이렇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있었는데도 팀 케미는 끝내줬어요."
대회는 사흘간 하루 두 라운드씩 치러졌다. 한 라운드는 세 시간짜리 게임이다.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규칙과 상대의 수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뒤에서 보겠지만, 이것만 해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데뷔전은 친절하지 않았다. 첫 상대는 벨기에였는데, 이 팀은 결국 월드컵 3위에 오른다. 예상대로 아르헨티나는 졌지만, 개별적으로는 잘 풀린 경기도 몇 있었다. "거기서 규칙을 엄청 많이 배웠고, 정리된 것도 많았어요. 좋은 실전 경험이었죠." Glickmann의 말이다. 그는 캐세이로 브레토니아 플레이어에게 12대 8로 졌다. 아슬아슬한 패배였지만, 나중에 돌아보며 자책할 실수들을 한 경기였다.
Jonathan은 최악의 패를 뽑았다. 뱀파이어 카운츠를 하는 벨기에 플레이어였는데, 그 군대로는 말 그대로 세계 1위로 꼽히는 사람이었다. 매우 공격적인 군대인 그의 툼 킹은 끊임없이 불어나는 수비벽에 처박혔다. "10명짜리 좀비 부대가 두 개 있었는데 2턴째에 벌써 35명, 40명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가 말한다. 기막히게 움직인 밴시 하나가 그의 드래곤을 무력화했고, 상대 마법은 매번 성공했다. "여기에 초심자의 행운 같은 건 없어요." 그는 투덜댔다.
그래도 Jonathan이 가장 즐겁게 기억하는 경기가 바로 이 판이다. "보카에 입단했는데 전성기의 테베스, 리켈메, 마라도나가 동료로 있는 거랑 비슷해요." 그가 말한다. "그 양반이 배치하는 거, 움직이는 거 보는 게 즐거웠어요. 전부 엄청 차분하고, 통제돼 있고, 여유로웠죠."

Jonathan이 실수 하나하나를 자책하고 Glickmann이 놓친 점수를 계산하는 동안, 아르헨티나 Warhammer: The Old World 커뮤니티에서 가장 활발한 멤버 중 한 명인 Juanma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결과를 맥락 속에 놓고 있었다. "고전하고 있는 건 최고 수준 무대가 처음이라서고, 그게 티가 나요." 1라운드 결과가 나온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팀은 모든 걸 쏟아붓고 있지만, 월드컵 데뷔의 긴장감이 발목을 잡고 있어요." 그에게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안에 응원하는 선수가 따로 있었다. 베트남인 Trần Anh은 그와 같은 군대, 제국을 쓴다. 이후 라운드에서 Trần Anh은 진짜 비장의 카드임을 증명하게 되지만, 그건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했다.
1라운드가 끝나자 폴란드와 벨기에가 위에, 두들겨 맞은 아르헨티나와 캐나다는 저 밑바닥에 있었다. 다행인 건 페어링 시스템상 두 나라가 2라운드에서 맞붙게 된다는 점이었다.
WTC 2026: Warhammer The Old World | 1일 차 - Game Live Stream.
2라운드가 끝난 뒤 아르헨티나 Warhammer: The Old World 커뮤니티 왓츠앱 단톡방에 올라온 다음 메시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캐나다 이겼다! 캐나다 이겼다!" 캐나다는 서류상으로는 대회 최약체 중 하나였지만, 아르헨티나는 그들을 깔아뭉갰다. "팀 전체로 보면 캐나다전에서 한두 판만 지고 나머지는 거의 다 이겼어요." Glickmann이 회상한다. 그는 비스트맨 플레이어를 상대로 가능한 최대 점수인 20대 0을 따냈다. 그래도 우쭐하지 않는다. "제가 이미 유닛 움직이는 걸 좀 더 잘 배우긴 했지만, 상대도 꽤 초짜였어요." 베트남인 Trần Anh은 모추어리 컬트 군대를 박살 내며 팀에서 자기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제목을 붙이자면 '서사시'라고 하겠어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Juanma가 환호했다. 첫날이 끝났을 때 아르헨티나는 9위였다. 메이저 무대에 처음 나온 팀이라는 걸 생각하면 믿기 힘든 일이었다.
아르헨티나 커뮤니티 왓츠앱 단톡방에 올라온 다음 메시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캐나다 이겼다! 캐나다 이겼다!"
Jonathan은 이 잔치에 끼지 못했다. 캐나다전에서 그는 드래곤으로 돌격했는데 기대했던 주문이 안 터졌고, 통계적으로는 쓰러졌어야 할 적 전차가 운디 한 개만 남긴 채 살아남았다.

토요일은 노련한 플레이어가 즐비한 아주 좋은 팀, 미국과의 경기로 시작했다. 좋은 시험대였고, 아르헨티나는 아깝게 졌다. "아파요, 진짜 아파요. 거의 다 왔었으니까." Juanma는 이렇게 요약했다. Glickmann은 또 다른 비스트맨 플레이어에게 14대 6으로 무너졌다. "너무 수비적으로 했어요. 배치 몇 번을 잘못해서 상대가 마법을 더 잘 쓰게 해 줬고, 돌격 한두 번은 더 과감하게 걸었어야 했던 것 같아요. 실수가 거의 없는 아주 좋은 플레이어를 상대로 한 공부였죠."
툼 킹을 쓰는 Jonathan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휘관의 등을 내준 데다, 피할 수 있었던, 그의 말로는 "완전히 말도 안 되는" 돌격으로 드래곤을 탄 레벨 3 마법사를 잃었다. 그는 웃어넘겼다. 미국인 상대는 언어 문제에 너그러웠고(대회 공용어는 영어인데 Jonathan은 영어가 서툴다), 게임은 휴대폰 번역기로 써서 주고받는 농담 속에 진행됐다.
이날 두 번째 라운드는 네덜란드전이었고, 팀에 가장 큰 울분을 남긴 경기였다. 박빙이었고, 단 7점 차로 무승부를 놓쳤다. Glickmann은 캐세이로 브레토니아 플레이어와 10대 10으로 비겼는데 어느 쪽으로든 기울 수 있는 판이었다. 그리고 팀이 더 많은 점수를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한 경기가 두 판 있었다.

그중 하나가 Jonathan의 경기였는데, 대회에서 가장 매운 판 중 하나였다. 상대는 드래곤 세 마리를 앞세운 워리어 오브 카오스를 이끌었다(한마디로 오버였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코치는 일부러 그를 거기에 보냈고, 미안해했다. "미안한데, 너를 사지로 던질 수밖에 없었어." Jonathan은 이해했다. "한 번도 점수를 따 온 적 없는 사람이 있으면, 상대 강자한테 희생양으로 쓰는 거죠. 결국 그러려고 있는 거니까요." 경기는 팽팽했고, 상대 드래곤 두 마리를 운디 하나만 남기고 쓰러뜨리기 직전까지 몰아붙이며 그는 대회 첫 점수를 따냈다.
하지만 그 점수는 판정으로 날아갔다. 네덜란드 상대와의 소통은 처음부터 삐걱거렸고 마찰이 생겼다(루사일 대첩은 저리 가라였다). 유럽 대표팀 쪽 누군가가 규정상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걸 상기시켰고, 결국 대회 심판까지 끼어들게 됐다. Jonathan에 따르면 심판의 판정은 잘못된 것이었다. 심판들은 두 가지 선택지를 내놓았다. Jonathan을 월드컵에서 퇴출시키거나, 그 판을 0점 처리하거나. Glickmann은 0점을 택했다. 그날 이후 Jonathan은 가장 많이 쓰는 문장과 규칙을 적은 쪽지를 들고 다녔다.
일요일은 스코틀랜드전으로 시작해, 이번에도 주사위와는 상관없는 패배로 끝났다. 경기마다 승부수를 던져야 하느냐를 두고 감독과 일부 아르헨티나 선수들 사이에 소통이 엇갈렸고, 결국 몇몇 경기에서는 굳이 안 던져도 될 승부수를 던졌다. 글릭만은 툼 킹스를 상대로 13-7로 자기 경기를 이겼지만, 팀 전체 전략을 더 잘 짰더라면 스코틀랜드와 단체전에서 비길 수도 있었을 거라고 본다. 어느 대표팀에서나 흔히 벌어지는 엇박자다.
조나탄은 스코틀랜드 선수와 맞붙었다. 그의 첫 판타지 군대였던 우드 엘프를 들고 나온 상대였고, 스코틀랜드는 그가 늘 가보고 싶어 하던 나라였다. 경기는 무난해 보였지만, 스핑크스가 한 턴 만에 쓰러지자 짜증이 치밀어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조금만 더 침착했어야 했는데요." 그가 인정한다.
다섯 라운드가 끝나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던 후안마가 계산기를 두드렸다. 4패 1승, 팀 순위는 17위 언저리. 그때까지의 경기들은 하나같이 혹독한 수업이었다.

마지막 라운드 상대는 오스트리아였는데, 여기서 묘한 반전이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하이 엘프 플레이어가 비행기를 일찍 타버리는 바람에 팀 인원이 모자랐던 것이다. "우리가 bye, 그러니까 20-0 부전승을 요구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러고 싶진 않았죠. 좀 더 페어플레이를 하고 싶었거든요." 글릭만의 설명이다. 아르헨티나 팀에서 한 명이 빠지고 대진이 재조정됐으며, 몇몇 경기는 합의하에 무승부로 처리됐다. 그래도 아르헨티나는 큰 점수 차로 이겼다. 반면 글릭만은 자이로콥터로 도배된 드워프 군대를 상대로 씁쓸한 10-10 무승부를 거뒀다. 워해머 ToW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하도 해괴해서 '공중 서커스'라고 놀림받는 조합이다.
이 두 번째 승리로 아르헨티나는 20개 팀 중 13위까지 올라섰다. 팀의 계산으로는 조금만 더 잘했으면 10위로 마칠 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그 이상은 힘들었을 거예요. 상위권 팀들은 우리보다 점수가 한참 높았으니까요."
순위표 꼭대기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탈리아가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대회 챔피언 잉글랜드가 2위, 아르헨티나에 첫 패배를 안긴 벨기에가 3위였다. 개최국 스페인은 4위로 아쉽게 시상대 문턱에서 멈췄다.
글릭만에게 이탈리아의 우승은 놀랍지는 않았지만 배울 점은 분명했다. "이번 월드컵의 메타 를 새로 정의했어요. 미니어처가 잔뜩 들어간 초대형 군대를 여럿 꾸렸거든요. 강한 유닛에 거는 대신 물량에 걸어서 미션과 보조 목표를 장악했고, 그게 제대로 먹혔죠." 그의 설명이다. 강하다는 건 이미 알려져 있었다. 같은 멤버들이 이전 월드컵에서 늘 우승 후보인 잉글랜드를 꺾은 적이 있었다. 게다가 이번 대회에서는 쉬운 상대도 거의 없었다. 첫 경기를 빼면 강팀하고만 붙었는데, 전부 이겼다.
이탈리아의 우승은 놀랍지는 않았지만 배울 점은 분명했다. 미니어처가 잔뜩 들어간 초대형 군대를 여럿 꾸려 이번 월드컵의 메타를 새로 정의했다.
이탈리아만큼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같은 경향은 다른 테이블에서도 보였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좀비 36마리짜리 블록 세 개에 캐릭터 몇 명만 얹고 '센 건 사실상 하나도 없는' 뱀파이어 군대를 기억한다. 스켈레톤 70마리짜리 블록 두 개를 끌고 온 툼 킹스 플레이어도 있었다. 발상은 똑같았다. 판을 점령하고, 전략 거점이나 구역을 차지하면 점수를 주는 미션에서 이기는 것.
이변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글릭만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이변을 일으킨 것 같아요. 기대치를 생각하면요." 반대로 실망은 다른 팀들 몫이었다. 지난 대회 5위였던 덴마크는 10위에 그쳤다. 스페인은 시상대를 꿈꿨었다.


모두가 입을 모으는 게 있다면, 월드컵이 예상보다 훨씬 덜 살벌했다는 점이다. "올드 월드 최고 수준의 대회인데도 서로 잡아먹을 듯이 싸우진 않더라고요." 생각보다 모든 게 훨씬 느긋했다는 조나탄의 말이다. 예외도 있었다. 시간을 끄는 상대도 있었고, 반칙에 가까운 플레이도 있었고, 네덜란드와는 신경전도 벌어졌다. 하지만 전체 분위기를 정한 건 유닛을 잡고 나서 웃으며 미안하다고 하는 상대들의 모습 같은 것들이었다.
진지함은 가장 치열한 테이블들의 몫이었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잉글랜드, 독일처럼 우승을 다투는 팀들이 모여 경기를 하면서 점수 계산에도 골몰하던 곳이다. 라운드마다 함성으로 출정식을 하는 팀들도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아니었다. "우리는 솔직히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고 간 거라서요." 그가 인정한다.

상대 팀들과의 훈훈한 분위기는 첫 라운드부터 시작됐다. 벨기에전에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알파호르와 마테를 돌렸고, 벨기에 맥주를 받았다. 캐나다 선수는 조나탄에게 리큐어를 선물했다. 또 다른 선수는 발효 생선 통조림을 건넸는데, 가스 때문에 캔이 터질 수 있으니 비행기에 싣지 말라는 팀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 통조림은 끝내 그의 집까지 함께 갔다.
이변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글릭만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이변을 일으킨 것 같아요. 기대치를 생각하면요."
마지막 라운드, 경기가 이미 무승부로 정리되자 조나탄은 오스트리아 상대와 수다를 떨게 됐다. 그 남자가 대표팀 셔츠를 벗자 안에서 두 사람 모두 제일 좋아하는 파워 메탈 밴드의 티셔츠가 나왔다. 둘은 결국 같이 맥주를 마시며 상위권 테이블들을 구경하러 다녔다. 시상식 직전에는 그를 꺾었던 스코틀랜드 선수가 등을 톡톡 치더니 손짓으로 셔츠를 바꾸자고 했다. 조나탄은 아르헨티나의 첫 월드컵 셔츠를 간직하고 싶어 망설였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그다음에 말이죠, 생각해 봐요. 그 친구가 자기 일행한테 아르헨티나 셔츠를 보여주면서 '이거 봐, 내가 뭘 얻었는지!' 하고 자랑하고 다니는 거예요."
미니어처를 감상할 시간도 있었다. "군대들이 정말 예뻐요. 들인 공이며 도색이며." 대회 전 휴가를 베이스 칠하는 데 다 써버린 조나탄의 말이다. 커뮤니티에서는 늘 워해머가 아주 넓은 세계라서 경쟁 게임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다고 말한다. 도색 취미러가 될 수도, 설정 덕후가 될 수도, 게임만 할 수도, 전부 다 할 수도 있다.

다음 월드컵 개최지는 이미 정해졌다. 2027년, 폴란드 즈닌이다. 글릭만이 내린 결론은 하나다. "가장 큰 교훈은 아르헨티나에서 훨씬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는 거예요. 조직을 훨씬 더 잘 꾸려야 해요." 그래서 귀국하면 연습용 이벤트를 열기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 월드컵에 엇비슷한 실력으로 나갈 수 있는 숙련된 플레이어 그룹을 만들기 위해서다.
진단은 군대 리스트 너머까지 간다. "아르헨티나 씬은 아직 성장하는 중이에요. 경쟁전을 한다는 게 그냥 최고의 리스트를 들고 간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그의 설명이다. 월드컵에서도 그게 드러났다. 리스트는 아주 좋은데 점수는 잘 못 낸 사람들이 있었다. "이기게 해주는 건 비슷하거나 더 잘하는 상대와 붙는 것, 그리고 비슷한 리스트로 경기를 많이 해보는 거예요. 리스트를 천 개씩 바꿔 써보면 지금 쓰는 게 좋은지 아닌지 영영 알 수가 없어요."
조나탄도 월드컵을 마치고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출국 전에 연습을 많이 못 한 게 못내 아쉬웠고, 무엇보다 다음 대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감을 얻어 왔다. "정말 잘하는 플레이어한테 지면 배우고 끝이에요. 그런데 멍청한 판단 때문에 지는 건 용납이 안 되죠." 그래서 다음 월드컵에는 더 탄탄하고 진지하게 훈련해서 가겠다고 다짐한다.
물론 늘 그렇듯 걸림돌은 있고, 아르헨티나 팀도 그걸 잘 안다. 돈과 시간이다. 월드컵이 주로 열리는 유럽은 나라끼리 가깝고 휴가도 더 자유롭다. 결국 못 간 아르헨티나 선수 한 명은 바로 휴가를 못 받아서였다. 글릭만은 남미에서 출발하는 사람 기준으로 계산해 본다. 준비 하루를 포함해 대회에 나흘, 이동에 열흘 정도. 최소 2주는 비워야 한다. "유럽까지 가는데 워해머 대회만 하고 오진 않잖아요."
그래도 그의 낙관은 꺾이지 않는다. "아르헨티나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에요. 해낼 수 있어요." 그가 말을 맺는다. "그래서 다음 월드컵에서는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어쩌면 더 좋은 결과를 노려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아르헨티나의 워해머: 올드 월드 모험은 첫 무대를 마쳤고, 꽤 괜찮게 끝났다. 두 번째 무대는 이번 경험을 등에 업고 찾아올 거라고 주장은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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