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lejo Art Media의 스크린에 Lali가 등장했다. 깜짝 메시지였고, 행사장은 물론 스트리밍으로도 송출됐다. "여러분의 아이디어 하나가 대박을 터뜨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말이 끝나자 객석에서 한 소녀가 보인 첫 반응은 또 다른 질문이었다. "혹시 AI 아냐?"
이 의심은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를 꽤 많이 말해 준다. PUMM(Programando Un Mundo Mejor)은 Chicas en Tecnología(CET)가 13~23세 청소년과 청년 여성들을 위해 여는 무료 페스티벌이다. 그리고 이곳의 관객은 기술을 바깥에서 구경만 하지 않는다. 올해는 현장을 찾은 이들과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스트리밍으로 지켜본 이들을 합쳐 1500명이 넘는 소녀들이 모였다. 26개 학교가 학생 그룹을 이끌고 참가했다.
"여러분의 아이디어 하나가 대박을 터뜨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CET의 커뮤니티·커뮤니케이션 디렉터 노엘리아 베가는 이 행사를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소녀들을 위한 기술 페스티벌이라고 소개한다. "저희가 바라는 건 아직도 기술과 접점이 없는 소녀들에게 기술을 가까이 가져다주고, 그들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뜻하는 영어 약자) 분야에서도 자신의 미래가 가능하다는 걸 보게 하는 거예요." 그녀는 이렇게 설명한다. "STEM에 대한 꿈을 일찍부터 심어 주고 싶어요."
우리 문제는 우리 손으로
핵심 프로그램은 하루 종일 이어진 개발 마라톤 HackaPUMM이었다. 여섯 팀이 구체적인 문제를 붙잡고 씨름했다. 의료 서비스 접근성,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정보 접근 문제, 무료 급식소와 지역 공동체를 잇는 일 등이다. CET 사무총장 루시아 마우리첸은 "임팩트 있는 문제를 다룰 때는 그 현상이 관련 주체들, 그들의 현실, 그들이 처한 환경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승은 EduZOO에게 돌아갔다. 출발점은 하나의 데이터였다. 주최 측에 따르면 2025년 PISA 읽기·쓰기 평가에서 아이들 열 명 중 여섯 명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다섯 명의 청소년과 멘토들은 놀이 활동을 통해 학습을 단계별로 보강해 주는, 24시간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료 플랫폼을 만들었다. 팀원 미아는 "아이가 글을 읽게 되면 다리가 하나 놓이는 거예요. EduZOO로 저희가 바라는 건 모든 아이가 그 다리를 건널 수 있고, 한 글자 한 글자 그 다리를 직접 놓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한편 프로젝트 박람회에는 자기 주변을 바꾸기 위해 고안한 결과물을 들고 온 아홉 개 학생 그룹이 모였고, 만든 이들은 신이 나서 자기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그중 하나는 Escuela Normal Superior N° 9 DE 1 "Domingo Faustino Sarmiento"에서 온 '포용적 도서관'이다. 팀을 이끄는 열여섯 살 엠마는 팬데믹 기간에 Chicas en Tecnología의 강좌를 들었다. 첫 전자 키트를 산 것도 바로 그 강좌에서 기술 공부를 계속하라는 격려를 받았기 때문이다.

출발점은 친구들에 대한 관찰이었다. 많은 친구가 일을 하거나 동생을 돌보느라 학교는 뒷전이 된다는 것. 이들이 설계한 도서관에는 특수 조명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전용 게임을 갖춘 휴식 공간, 컴퓨터, 방음 헤드폰,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원형 테이블, 분리수거함,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있다. 분리수거함을 두고는 논쟁도 있었다. 선생님들은 도서관에서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했지만, 학생들은 다들 먹는다는 걸 안다.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직접 운영한다. 엠마는 "이게 커지면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렇게 진단했다. "학교 공간은 아직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어요."
이번 행사의 또 다른 특징은 아동 불안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가 많았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EEM N° 3 DE 15 학생들이 만든 Sound Blue Project의 Milo다. 유치원용으로 고안된 인형인데 신호등처럼 작동한다. 교실이 너무 시끄러워지면 빨간불이 켜진다. 아이들에게 Milo를 소개하기 전에는 만든 학생들이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책 이야기를 먼저 들려준다. 팀은 벌써 다음 단계를 구상 중이다. 다른 학교 학생들을 STEAM 튜터로 키우는 워크숍을 여는 것이다.

불안과 관련된 또 다른 프로젝트는 사설 교육기관(ChalinTech)에서 나왔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과정을 한 단계씩 안내해 주는 봉제 인형 로봇이다. 헤드폰을 쓰고, 인형을 쓰다듬고, 초록불이 켜지면 숨을 들이쉬고, 파란불이 켜지면 내쉰다. 과정이 끝나면 물 한 잔까지 따라 준다.

센서와 함께 춤추고, 봇을 프로그래밍하고
모라는 비야 루로에 있는 Escuela ESEA en Danza N° 2 "Jorge Donn"에 다닌다. 이 학교는 일반 중등 과정과 함께 민속춤과 탱고, 그리고 클래식 발레와 현대무용 전공 과정을 운영한다. 모라와 친구들은 클래식·현대무용 전공이다. 중등 과정에 기술 과목이 있는데, 그녀는 "이 기술 프로젝트를 춤과 결합해 보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 결과물은 미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만든 정이십면체로, 학생들이 기술 선생님과 함께 센서를 달았다. 올해는 조명도 추가했다. "다른 학년에서 이미 해 오던 건데 올해 저희 차례가 된 거예요. 저희는 조명 같은 걸 더했고, 해마다 새로운 게 하나씩 붙어요." 그녀의 설명이다. 페스티벌에 가져온 건 샘플이다. 학교에는 자연의 소리로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더 큰 정이십면체가 있다.

Cortázar 학교 3학년 카탈리나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행정 관련 질문에 답해 주는 도우미 Julio Bot을 들고 왔다. "매일 수많은 가정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니까 교무실이 자주 마비돼요." 그녀가 설명하자 친구 하나가 웃으며 덧붙인다. "거의 같은 질문이고요." 프로젝트는 선생님들이 시작했고, 이후 학생들이 합류해 기능을 넓히고 다듬었다. 카탈리나는 "지금까지는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행사의 또 다른 특징은 아동 불안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가 많았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Milo로, 유치원용으로 고안된 신호등 인형이다. 교실이 너무 시끄러워지면 빨간불이 켜진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인공지능이긴 한데, 정보를 직접 입력해 주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건 학교에서 AI를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학생들 말로는 학교에서 과제할 때 대체로 인공지능을 쓰지만, 그건 교육과정에 있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다. "이걸 배울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그것도 좀 음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다루기 시작하는 거니까요. 차라리 양지로 꺼내 놓고 제대로 쓰는 법을 아는 게 훨씬 낫죠."
학교 한 곳에서 대형 창고로
Chicas en Tecnología는 올해로 11년이 됐다. 2015년, 서로 다른 분야 출신의 창립자 네 명이 시작했는데, 노엘리아 베가에 따르면 이들은 기술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때부터 목표는 업계의 젠더 격차를 줄이는 것이었다. 첫 프로그램의 이름이 Programando un Mundo Mejor(훗날의 PUMM)였다. "지금은 페스티벌이 됐지만 11년 전에는 학교 한 곳에서 여는 해커톤이었어요." 베가의 회상이다. 그 첫 행사는 30~40명 규모로 기획됐다.

근본적인 생각은 기술이 기술직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 기술을 거쳐 살아가고, 끊임없이 기술을 쓰죠. 저희는 기술을 의식적이고 비판적으로 사용하자고 말해요." 그녀의 말이다. 예로 베가는 스무 살 여성이 만든 진로 적성 검사를 든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각 전공을 어디서 공부할 수 있는지, 유료인지 무료인지, 단기 과정인지 장기 과정인지까지 보여 준다. "아마 4주 만에 만들고 6시간 만에 다듬었을 거예요."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크리에이터 모드' 켜기였다. 구경만 하지 말고 직접 만들자는 것. 창작 랩, 소녀들이 소녀들에게 들려주는 토크, 그리고 전문가들이 문제를 찾고 도구를 만들고 세상에 내놓는 아이디어를 보태는 워크숍이 열렸다. 생애 첫 코드 한 줄을 써 본 이도 있었고, 자기 손으로 조립한 로봇을 들고 하루를 마친 이도 있었다. 몰입형 체험존에는 기관, 대학, 기업이 준비한 15개가 넘는 챌린지가 있었고, 로봇들이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진행자 중에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두 명이 있었다. 스트리머이자 졸업을 앞둔 공학도 발렌 웨를레는 "PUMM은 많은 소녀에게 멋진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어쩌면 평생 관심을 갖게 될 무언가를 여기서 발견했을지도 모르죠. 저도 처음 시작할 때 이런 프로젝트가 있었다면, 궁금한 걸 풀고 구체적인 결과물 하나를 손에 쥐고 갈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역시 CET 커뮤니티 멤버인 발렌티나 프란체스크는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일에 뛰어들고 그걸 해결할 기술을 찾는 소녀들을 보는 건 정말 큰 영감이 된다"고 덧붙였다.
열 명 중 두 명
페스티벌이 13~23세를 겨냥하는 건 이 시기에 진로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줄이려는 격차는 숫자로 드러난다. CET가 아르헨티나 기술 기업 5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Paridad en Código에 따르면, 이 기업들에서 일하는 사람 중 여성은 36%이며 행정, 인사, 디자인, 프로젝트 관리 같은 분야에 몰려 있다. 개발과 데이터 직군으로 가면 그 비율이 줄고, 기술 리더십에서는 더 줄어든다. 리더 직책을 맡은 사람 중 여성은 20%에 불과하다.
조사는 다른 대비도 보여 준다. 여성 직원의 76%가 학사 또는 대학원 학위를 가진 반면, 남성은 54%다. 또 기업 열 곳 중 아홉 곳은 자기 조직에 성별 임금 격차가 없다고 여기지만, 외부 추정치는 그 격차를 17~20%로 본다.
개발과 데이터 직군으로 가면 그 비율이 줄고, 기술 리더십에서는 더 줄어든다. 리더 직책을 맡은 사람 중 여성은 20%에 불과하다.
"저희의 가장 큰 과제는 기술 분야의 리더십이에요." 베가의 말이다. 그녀가 보기에 걸려 있는 건 일자리만이 아니라 어떤 기술이 만들어지느냐다. 그녀는 오랫동안 음성 비서가 여성 목소리였다가,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남성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실험 하나를 제안한다. AI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과 아이를 키우는 사람을 보여 달라고 해 보라는 것. "아마 한쪽은 남성, 다른 쪽은 여성으로 보여 줄 거예요. 그건 우연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우리가 짊어져 온 구조적 편향 때문이에요."

되묻는 법 배우기
Lali의 영상이 끝난 뒤 들린 "혹시 AI 아냐?"는 사소한 에피소드가 아니다. CET가 길러 주고 싶은 게 바로 그런 질문이다. 이 단체는 기술을 무턱대고 끌어안자는 것도, 거부하자는 것도 아니다. 지금 초점은 인공지능에 맞춰져 있다. 교실에서의 활용은 물론 교실 밖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어른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사용법이 등장하고, 베가의 말을 빌리면 "어느 순간 실제로 일어나 범죄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교사, 가정, 그리고 자신들의 커뮤니티와 함께 그런 상황에 대처할 도구를 마련하고 있다. 페스티벌 현장에는 국제앰네스티가 준비한 포스터가 걸려 있었는데, 더 안전한 인터넷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참가자들이 직접 적어 보게 하는 것이었다.

기술과 맺는 관계의 모양도 달라졌다. 행사장에는 반려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었는데, 베가는 이를 하나의 징후로 본다. "어느새 우리가 돌보고, 움직이고, 산책시키는 반려견이 로봇인 거죠." 자신의 어린 시절엔 다마고치였다면, 지금은 그런 물건들이 소녀들의 놀이와 사회생활의 일부라고 그녀는 말한다. 어른들의 몫은 곁에서 함께하고, 말을 조심하고, 그들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그 아이들 안에는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게 들어 있으니까요."
그래도 베가가 보기에 청소년기는 생각만큼 많이 변하지 않는다. "제가 열네 살 때 겪던 일을 그 아이들도 똑같이 겪어요." 달라진 건 답을 찾는 곳이다. "뭐든 인공지능한테 물어봐요. 좋아요, 그럼 어떻게 하면 질문을 비판적으로 던지고, 돌아온 답도 비판적인 시선으로 읽고, 되묻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AI가 점점 영역을 넓혀 가는 지금, 목표는 인간의 지성도 "판 위에서 제자리를 열어 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다음 이야기
PUMM은 1년 내내 이어지는 활동 중 가장 눈에 띄는 얼굴일 뿐이다. CET는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로보틱스, 데이터, AI 활용 프로그래밍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CET 커뮤니티의 여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 워크숍을 열며,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참가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인공지능 캠프도 진행한다. 또 연구를 하고 모임을 꾸려 더 많은 롤모델이 생겨나고 더 많은 참가자가 함께하도록 한다. 베가의 말처럼 "이 길을 혼자 걸을 이유는 없으니까". 기업과의 협력에서 목표로 삼는 건 여성이 기술 분야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을 기업들이 마련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고, 우리가 개발한 게 실제로 쓰이는 것" 말이다.

앞으로는 동료 멘토링이 시작된다. 14세에서 23세 사이의 여학생들이 각자의 프로젝트는 물론, 무엇을 공부할지, 내년엔 뭘 할지 같은 고민을 서로 나누며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 캠프도 새로 열리고, 커뮤니티를 이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끝내주는 리더십 프로그램"도 있다고 베가는 말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떠나서, "Chicas en Tecnología는 탐험하는 곳"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유럽연합이 공동 출자한 '아르헨티나 젊은 여성의 STEM 진로 강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Fundación Cimientos, Enseñá por Argentina와 함께 열렸다. 학교, 대학, 사회단체, 기업들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하지만 Art Media에서 정작 눈에 들어온 건 다른 것들이었다. 일하면서 어린 동생들까지 돌보는 이들을 위해 고안된 도서관, 숨 쉬는 법을 알려주며 불안을 가라앉혀 주는 봉제인형 로봇, 학교 행정 업무를 덜어주는 봇. 그리고 반가운 건, 이 지역의 다음 세대 기술 창작자들이 벌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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